명절선물 큰손 법인, 단체선물 '패싱'
백화점 선물세트 가격 크게 올라 소비자 울상
저렴이 선물로 품목 바꾸고 대형마트 선물로 이동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법인 주문은 한 건도 없어요. 예년에는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돌리면서 단체 주문이 많았는데 작년 추석은 물론 올해 설보다도 더 실적이 안 좋습니다. 갈수록 경기가 나빠져서 큰 일입니다"
특히 백화점 명절 선물 큰 손인 법인 고객의 단체 주문이 뚝 끊겼다는 점에서 백화점 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지난 7월부터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이뤄지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기업들이 직원 명절 선물까지 '패싱'하고 나선 것이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육류 코너 모두 법인 단체 주문은 전무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경기가 갈수록 않좋아지는 것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이날 두 백화점에선 건강기능식품 정관장을 비롯해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선물세트 코너에선 구매가 심심찮게 이뤄졌다. 하지만 올여름 폭염으로 수확량이 줄어든 청과를 비롯해 신선식품 선물세트는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해당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청과도 마찬가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 시행으로 지난해 추석까지 백화점 과일 선물세트는 5만원 짜리도 있었지만, 올해 추석에는 최저 가격이 7만원 이었다. 국산 과일값이 저렴했던 지난 설 6만5000원 상당보다 크기는 훨씬 작아졌다.
백화점 선물세트 가격이 껑충 뛰면서 소비자들은 눈 높이를 크게 낮췄다. 신세계백화점 전복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심미영(53, 여, 문래동)씨는 결국 김 선물세트를 골라 들었다. 심씨는 "선물세트 가격이 대체로 너무 올랐다"면서 "전복이 저렴할 줄 알았는데 큰 거는 20만원을 훌쩍 넘어서 김 중에서도 최상급인 6만원 짜리 선물세트가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에서 남편과 함께 표고버섯 선물세트를 고르던 주부 연모씨(56, 여, 서울 신길동)도 "5만원 예산을 잡고 사돈에게 보낼 선물을 고르러 왔는데 5만원대는 상품 구성이 신통치가 않아서 결국 7만원대를 골랐다"면서 "예년보다 선물세트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푸념했다.
백화점 선물 가격이 부담스러운 고객들은 조금 더 저렴한 유통 채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올해 초 결혼해 첫 명절은 맞은 선나리(33, 여, 서울 관악구)씨는 "백화점과 마트가 연결된 영등포까지 일부러 찾아왔다"면서 "시댁에 가져갈 명절 선물을 고르고 있는데 백화점은 너무 비싼거 같아서 마트로 넘어갈 둘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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