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부터 엇갈려
의원법안 발의도 더딘 속도…"법제정 수준…금융상품이냐, 도박이냐 정의부터 제대로"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규제냐, 폐지냐'.
가상통화를 둘러싼 부처 간 엇박자에 입법기관인 국회가 요동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공언한 법무부의 특별법은 부처 간 합의로 국회에 발의되더라도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의원 모두 전면 폐지엔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던 일부 의원들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부처 간 정의조차 엇갈리면서 여당마저 법안 발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폐지를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느냐"며 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윤 의원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또 다른 화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데, (폐지하면) 기술적 진보는 커녕 도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 황우석 사건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 봐도 가상통화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법사위 관계자 역시 "폐지로 가닥이 잡힌다면 논란이 커서 법안이 쉽게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법무부가 주장한대로 정부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부처 간 조율을 거친 내용"이라며 칼을 빼들었던 법무부는 "추후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다만 이번 해프닝으로 가상통화를 바라보는 부처 간 시각차가 크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과세를 매겨 양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화폐 혹은 금융상품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가상증표, 도박으로 봐야한다며 맞서고 있다.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가상통화는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단어 한두 개를 바꾸는 차원으론 법안 발의가 어렵다"며 "개정안을 내놓더라도 가상통화의 업태까지 다 새로 정하는 세밀한 작업이 필요해 거의 법제정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를 못 내리는 상황에서 국회가 입법화에 착수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가상통화를 금융으로 정의를 내리고 규제를 만들었지만, 현 상황에선 법안 발의를 하더라도 가상화폐로 자금세탁시 과태료를 강화하거나 세금 물리기 정도의 핀셋 규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한 여당 관계자는 "정부부처 간에도 입장이 달라 법안 발의에 속도를 못내고 있다"며 "정부측 법안이 나오기 전까진 모든 절차가 올스톱돼 의원법안을 발의하더라도 법제화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한글도 다들 떼고 오니까요"…초등학교 입학 전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