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수소폭탄까지 개발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을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군사적 대응책 외에 유효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내복약'이나 '주사 치료'로는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으니 너무 늦기 전에 수술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유사하다. 이와 같이 엄중한 상황에서 한국의 '전쟁불가론'은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를 고려하기는커녕 도발을 감행하게 유도할 수 있다. 내가 싸움을 두려워할수록 내 적수가 싸움을 걸어올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같다.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은 '전쟁불가론'을 바탕으로 체코의 일부를 히틀러에게 할양하면서까지 양보해 잠시 평화를 얻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은 막지 못했다. '잠시' 전쟁을 막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을 항구적으로 막아야 하고 임시변통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 수소폭탄까지 개발한 상황에서 한국이 다시 한 번 실험을 해볼 여유는 없다.
평화는 쌍방 모두가 합의한 대로 실천해야 가능하지만, 전쟁은 일방의 도발만으로 가능하다. 한국이 아무리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북한이 도발하면 전쟁은 발발한다. 결국 북한의 전쟁의지를 억제해야 평화가 가능하고, 그러자면 역설적으로 "전쟁도 불사하겠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결사적인 한국과의 전쟁에서 많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생각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능력이 덜 갖추어진 현 시점에서 국민을 핵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다면 우선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군사적 옵션에 대한 미국의 논의에 오히려 보조를 맞추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쟁불가론' 대신에 '전쟁불사론'으로 북한을 두렵게 만들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 한국이 '전쟁불가론'에 머물고 있는 한 북한은 한국을 만만하게 볼 것이고, 핵무기로 위협할지언정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없이 60년 이상 누적되어온 북한의 핵위협을 해결할 수는 없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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