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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역설①]"다 같이 잘살자고 세금 썼더니 건물주만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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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역설①]"다 같이 잘살자고 세금 썼더니 건물주만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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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금보령 기자, 이승진 기자]서울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공공도시재생사업이 딜레마에 처해 있다. 지역 명소로 떠오르면서 상권 활성화·유동인구 증가 등으로 도시 재생의 기본 목적은 달성하고 있지만 정작 이로 인해 부동산 가치·임대료 상승 등 건물주들만 이득을 보고 임대상인·세입자들은 쫓겨나는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기존 주택·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는 방식의 '재개발' 대신 기존 시설물을 보수·리모델링해 낙후된 도심 기능을 재활시키는 대규모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낡은 고가도로를 공중 공원으로 부활시킨 서울로7017 사업, 50년 된 노후 세운상가를 재단장한 '다시세운 프로젝트', 연남동 경의선숲길 조성, 성수동 수제화·카페 골목 조성 사업, 성곽 마을 도시재생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사업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서울로7017사업에는 약 600억원, 다시세운 프로젝트도 지난달 개장한 종묘~대림상가 구간 1단계 사업에만 535억2700만원이 투입됐다. 경의선숲길 공원화에도 427억원이나 들었다.

문제는 이같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공공 도시 재생사업들이 인근 부동산 가격만 상승시켜 건물ㆍ토지주들만 이익을 볼 뿐 정작 서민들은 쫓겨나는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로7017' 사업이 대표적 사례다. 시는 약 6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안전성 문제로 더 이상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 철거 대상이 된 낡은 고가도로를 공중 공원으로 되살려 냈다. 이후 서울로7017은 지난 2일 기준 방문객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지역 명소로 거듭났다. 덕을 본 것은 주변 건물주들이다. 일찌감치 서울로7017과 연결다리를 개설한 한 호텔은 최근 들어 거의 매일 만실을 기록하는 등 '대박'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들에게 서울 도심 주요 관광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숙소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 자본이 대다수인 다른 인근의 주요 건물 소유주들도 요즘 수백억원 이상의 부동산 가치 상승에 입에 미소가 저절로 흐른다.
24일 서울로7017에 설치된 몽골텐트 안에 한 시민이 앉아 있다.

24일 서울로7017에 설치된 몽골텐트 안에 한 시민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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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택가·골목 상권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달 서울로와 인접한 만리동 만리시장 골목에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점이 처음으로 들어섰다. 주택 가격·상가 임대료도 상승 일로다. 서울로 출입구에서 약 300m정도 떨어져 있는 한 아파트는 전용면적 59.94㎡(24평) 형이 최근 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인 5억8261만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서울로가 생기면서 분양가에 프리미엄이 붙어 인근에서 가장 아파트 가격이 비싼 마포구 공덕동의 최고가와 비슷해졌다"며 "1년 전 상가 임대료가 70~100만원 선 이었던 것이 현재 150만원까지 치솟았는데 기업형 슈퍼나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한 관계자는 "서울역 주변 대형 빌딩들의 소유주들이 대부분 싱가포르 등 외국인 투자 회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로7017 개통 후 가치가 대폭 상승하면서 이들이 큰 덕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물주들만 돈을 벌고 세탁소나 자동차 정비업소 등을 운영하던 영세자영업자들은 쫓겨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공적인 재원을 투입한 사업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고민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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