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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역설②]뛰는 임대료, 쫓겨나는 영세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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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중리단길'로 불리는 중림동 거리.

일명 '중리단길'로 불리는 중림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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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금보령 기자, 이승진 기자]서울시의 공공 도시재생사업 구역의 부동산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인근 소상공인ㆍ서민들은 쫓겨나고 있다. 상가 임대차 보호법상 임대료 인상폭ㆍ임대기간 연장 등 보호 조항이 취약한 틈을 탄 건물주들의 요구로 밀려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로7017 개통을 전후로 임대료가 대폭 상승한 서울 중구 만리동, 중림동, 재생 프로젝트 1단계를 마친 세운상가 주변, 연남동 경의선숲길 주변 지역 등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 11일 아시아경제 취재 결과 만리동 소재 한 식당은 집 주인이 월 임대료를 50%나 인상해달라는 요구를 견디지 못해 신당동으로 터전을 옮겼다. 만리동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던 서모(45) 씨도 올해 1월 설을 쇠고 돌아 온 직후 건물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임대기간이 3년6개월이나 남았지만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서 씨는 "이미 쫓겨난 사람도 있고 현재 쫓기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로7017이 생겨난 후 웃기는 동네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곳 상가 건물의 가격은 지난해 3.3㎡당 평균 2500만~4000만원에서 올해 중반 현재 6000만~7000만원대로 올랐다.

동네 작은 슈퍼들도 울상이다. 만리시장에서 슈퍼를 운영 중인 서모(56)씨는 "대로변이 아닌 골목길에 편의점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데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점포를 임대해 영업 중인 상인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만리동에서 15년 넘게 오토바이 수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용(49)씨는 내년이 걱정이다. 김씨는 "내년이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임대료를 높여달라고 할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근 중림동의 상황도 심하다. 서울로가 들어서며 '중리단길'이란 별칭이 붙었지만 정작 높아진 임대료를 못 견딘 상인들이 쫓겨난 후 텅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중림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건물주들이 유명세를 타자 기존 임대점포주를 내보낸 후 높은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몇 달째 공실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 '다시ㆍ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리모델링 후 개장한 세운상가의 경우 비록 시가 주도해 당분간 임대료 인상 폭을 연 9%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협약이 체결됐지만 상인들은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세운상가에서 만난 한 임대차 상인은 "15년 함께했던 건물주가 얼마 전에 가게를 전자도 제대로 모르는 젊은 사람한테 팔았는데 여기에 직접 들어올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내년 초에 계약 기간이 끝나는데 결국은 임대료가 올라 못 버티고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임대상인 김모(60)씨도 "협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나가라고 하면 우리는 나가야 한다"며 "연말 재계약때를 지켜 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경의선숲길 개장ㆍ공항철도 개통과 함께 급격히 상업화된 연남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서울연구원의 최근 연구 결과 연남동 일대 부동산 가격은 2013년 이후 두 배 가량 상승했고, 상가 임대료도 세 배 이상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2013년 초 이곳 상가 임대료는 ㎡당 2만4000원이었지만 올해 2분기 현재 3만6000원으로 50% 이상 뛰었다.

반면 식당ㆍ카페가 늘어나는 등 상업화 및 유동인구 증가 등 주거 환경이 악화되면서 거주인구 숫자는 감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수동 수제화ㆍ카페 골목, 서울숲 인근, 성곽마을 등 도시재생ㆍ개발 프로젝트들도 양상만 조금 다를 뿐 결국 부동산 가격 상승→원주민 퇴출이라는 공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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