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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외교와 미사일, 그리고 무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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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난 8월 29일 새벽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즉시 미사일이 통과한 홋카이도 등지에 피난 경보를 내렸다. TV에는 일제히 피난방송이 나오고, 열차도 운행을 일시 정지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우리는?

이로부터 며칠 뒤, 인터넷 유머글 하나를 보고 무릎을 쳤다. 내용인즉슨, 그날 하늘을 보며 일본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정말 전쟁 나는 거 아냐? 무섭고 불안해", 반면, 한국 사람들은 "오늘도 하늘이 참 맑구나. 치킨이 먹고 싶네" 였다는 것이다.
외교 통일 이슈를 담당하며 그간 북한의 무력 도발과 이에 따른 파장을 취재해온 기자도, 솔직히 불안감, 위기의식보다는 '아, 너희들 또 그러냐? 오늘은 또 어떤 전화 통화를 해야 하고, 무슨 논평들이 쏟아지려나' 하는 마음이었다.

북한이 정말 남한이나 미국 어딘가를 직접 타격하지는 않으리라는 소망, 나와 내 가족은 전쟁과 무관하리라는 긍정적 확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냉정하게 따져보면, 북한의 '예측 불가'한 행보에 대해 외교부 또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내린 '사후 해석'과 '향후 전망'을 무수히 접하면서 갖게 된 믿음 같은 것이다.

한국 정부가 유구한 역사와 세계 수준의 경제 규모, 높은 민주화 수준에 걸맞게 외교 역량을 적극 발휘해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북한이나 주변 당사국들과 논의를 주도해 가시적인 외교적 진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 아니다.

만약 우리의 외교가 그랬다면, 통미봉남, 한미공조 불안, 코리아 패싱 등의 단어를 기사에 언급할 때마다 이토록 타이핑이 더뎌지고 씁쓸한 뒷맛이 감돌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이 1960년대 제시한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용어가 있다. 피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을 반복 경험하면, 자력으로 극복 가능한 상황에서도 포기해 버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의 외교정책이 장기간 성과가 부진해 일종의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고, 국민들 마음속에도 대북관계나 외교 이슈에 대해 포기와 무관심이 커져 있는 것 같다.

이를 타파하려면 외교부처의 대응이 과거에 비해 더 기민해진 정도로는 부족하다. 6차 핵실험까지 성공하며 핵보유국 대우를 요구하는 북한에 대응해 국제공조를 끌어내고 실질적 긴장 완화의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는 더 뛰어야 한다.

당장, 북미간 대화 재개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화의제를 두고 사전에 한미간 조율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이 청취됐다. 국민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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