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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아시아 '전략적 기적'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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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하스 美외교협회 회장

▲ 리처드 하스 美외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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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기적'. 지난 반세기 동안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얼마나 경이로웠는지를 설명하는 표현이다. 일본에 이어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은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다.

아시아의 이 같은 경제기적은 평화와 질서 유지에 기반한 '전략적 기적'에 따른 것이다. 197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 종식 후 아시아에서 내전이나 국가 간 분쟁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이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시아에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남아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당시 일본과 러시아는 남쿠릴열도 분쟁 때문에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한국전쟁도 휴전 상태로 남북이 군사적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과 관련된 영토 분쟁이 긴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놓고 분쟁 중이다. 6개국 이상의 아시아 국가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 지대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시아는 대체로 평화를 유지해왔다. 그 어떤 국가도 분쟁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위협받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鄧小平 )도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안정된 외부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다가 대부분 단일 민족인 아시아 국가들은 국내 분쟁이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아시아 국가들의 자체적인 대규모 군비 확장 필요성과 군사적 모험을 줄여줬다.

이러한 요인들이 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일정부분 기여했지만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아시아 지역에 가해지는 더 큰 압박이 경제 기적을 불러 온 전략적 기적도 위험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성장에 기반한 중국의 군사력 확장이 중요한 변화다. 중국은 인도와의 국경 분쟁이나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에서 점점 더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다른 국가들의 군비지출도 늘고 있다. 뜻밖의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중국에 맞설 유일한 능력을 갖춘 미국은 아시아에서의 전통적인 역할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뺐고 국방비 지출, 무역 불균형과 관련해 동맹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분쟁 억제력이 약화될 수 있고 이는 동맹국들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역내 불안정성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이다. 북한은 한국에 대한 재래식 무기 위협을 넘어 아시아 전체와 미국을 상대로 핵 위협을 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재앙적인 미국의 선제공격을 불러 올 수 있다. 북한의 공격 위협은 한국, 일본과 같은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비핵화 입장을 재고하도록 할 수 있어 불안정을 초래한다.

여러 시나리오 중 어느 하나라도 현실화 되면 인명피해를 넘어 아시아와 전 세계 경제가 큰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를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정책을 재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점증하는 민족주의와 무책임한 지도자들의 등장, 적절하지 않은 정치ㆍ군사적 재편 속에 지혜가 무모함을 억제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이어진 아시아의 평화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Project Syndicate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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