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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녀 3人 눈물의 생존기③]"간첩이라고 해도 꿈꿀 수 있는 남한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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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朴씨
'金부자' 실상 알고 억울해 방황도
조선족 오해 싫어 北서 왔다 고백
인민군 간첩이냐는 멸시에 맘고생

제공=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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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경기도 한 골프장 캐디로 일하고 있는 박지현(43·여·가명)씨는 요즘 재테크 관련 책들을 재밌게 읽고 있다. 그는 "남한에 오기 전 중국에서 마트 계산원으로 일했었는데 30일을 휴일도 없이 일했다. 첫 월급이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8만원이었다. 사십 평생을 살면서 지금 살고 있는 12평짜리 임대 아파트가 제일 좋을 정도다. 돈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1년6개월째인 박씨는 독서가 취미다. 박씨는 국가정보원에서 처음 '김 부자'에 관한 책을 읽고 너무나 떨려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했다. 황장엽씨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이 써놓은 책들을 보면서 내가 이때까지 속아 왔구나 하는 분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처가 4명이 있다는 것, 김정남이란 사람이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고 한다. 박씨는 "처음엔 정신적으로 방황을 했다"며 "40년 동안 세뇌 교육을 받아 온 모든 것들을 부정하게 되니 도대체 거짓말하는 쪽이 남한인지 북한인지 헷갈렸다"고 회상했다. 수많은 책들을 읽은 뒤에야 박씨는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구나'라고 깨달을 수 있었다.
박씨가 처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집어 들었던 것은 무가지 '벼룩시장'이었다. 북한에서 15년 정도 유치원 교사 생활을 했었고 중국에선 농사부터 장사, 땔감 구하기 등 해 보지 않은 일이 없었기 때문에 뭐든지 맡겨만 주면 잘할 자신이 있었다. 일자리 있냐고 전화를 걸 때마다 항상 받았던 질문은 '조선족이냐'는 것이었다. 조선족이라고 하면 자기네들 식당은 조선족을 안 받는다고 하고 조선족이 아니라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상대방의 긴 침묵이 이어졌다.

수백 통의 전화를 한 끝에 고깃집 설거지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했던 박씨의 귀가 시간은 새벽 3~4시가 훌쩍 넘었다. 2시간만 자고 박씨는 오전 7시에 도시락을 싸서 컴퓨터 학원으로 갔다. 집에서 지하철역 세 정거장 떨어진 학원을 갈 때면 돈이 아까워 매일 걸어 다녔다. 체력의 한계를 느낀 박씨는 식당을 그만두고 중국어 가이드로 일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가 잘 구해지지 않았을 때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박씨는 "나를 받아 준 한국이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에서 봉사하면서 자신을 건강하게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하게 되고 이런 나를 한국에서 받아줘서 감사하다고 생각할 무렵 또다시 박씨의 발목을 잡은 건 조선족이냐는 질문이었다. 박씨는 "갑자기 조선족이 어쩌고저쩌고 하기에 제가 북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병원이다 보니 어르신 분들이 많았는데 인민군 간첩이 여기 왜 왔냐며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치셨다"며 "나도 살자고 왔는데 너무나 억울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한 사람들한테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내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6·25 전쟁도 있었고 북한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고백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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