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한국 금융회사의 낮은 배당성향에 대해 이처럼 꼬집었다. 이 관계자가 자사 지분 해외 매각을 위한 해외 기업설명회(IR)를 나가면서 글로벌 큰손들이 즐비한 미국을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국내 시중은행의 배당성향은 다른 업종 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씨티ㆍSC제일 등 6대 시중은행의 배당금은 1조9034억원이다. 평균 배당성향은 32.03%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중은행의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성향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씨티, SC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의 배당성향이 너무 높은 탓에 시중은행 평균 배당성향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의 배당성향은 각각 49.8%, 35%에 달한다. 나머지 국내 시중은행은 평균 20%대 불과하다.
이처럼 배당성향은 양날의 칼과 같다. 기업이나 은행들의 높은 배당금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배당이 확대될 경우 국내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배당이 지나칠 경우 국부유출과 대주주 배당잔치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기업의 이익이 배당으로 나가다 보니 미래 투자 자금으로 사용할 씨드머니가 부족해지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 성장기에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장기를 거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높아진 주주들의 이익 환원 목소리에 고배당 정책으로 돌아섰다. 결국 이들은 배당 제고를 통한 주주들의 투자 러시로 확보된 자금을 신규 사업에 재투자하는 등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과 은행들의 배당정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