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국한됐던 중국 보복…정부까지 나섰다
통관기간 3배 늘리고 화장품 위생허가 번번이 퇴짜…기업피해 눈덩이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조호윤 기자, 정동훈 기자] 민간부문에 국한됐던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보복 조치가 정부 차원의 계약에서도 확인됐다. 중국 군 당국에 제품을 납품하려던 한 중소기업이 최근 사드 문제 때문에 한국 제품을 못 쓰겠다는 일방적 주장으로 인해 계약 파기 사태를 맞은 것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A사는 최근 중국 군 당국에 납품하려던 총판을 통해 계약 파기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9월 수주 소식을 접한지 6개월 만이다. 이 회사는 티베트 라싸 국경지대의 군부대가 실시한 산소발생기 구매입찰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1등을 차지한 바 있다.
중국 군 당국은 산소가 희박한 고산 지대에 근무하는 군인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막사에 산소발생기 제품을 들여놓을 계획이었다. 총판에서 요구한 1차 물량은 대당 1000만원인 산소발생기 6000대. 금액으로는 600억원의 수출 규모다. 201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가장 큰 수출 쾌거였다.
이 회사 대표는 어이없는 사태를 보며 중국 수출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설령 다시 계약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제2의 사드 사태가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수출지역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이 사례는 중국의 보복이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보복을 노골화하는 가운데 한국관광 전면금지나 한국제품 불매운동, 중국 현지 판매점 영업정지 등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이로인해 각 기업들의 피해사례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가죽피혁을 제조하는 B사는 원단 수출 지연으로 애를 먹고 있다. 그동안 중국 수출을 위한 통관기간이 보통 7일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20일 가량으로 약 3배 늘었다고 한다. 유행 등이 급변하는 패션시장에서 원단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은 물론 영업과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화장품 제조기업인 C사는 중국 당국의 위생허가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위생허가를 위한 서류를 접수하면 90~120일 이내 검토가 끝나고 특별한 이상이 없을 경우 2~3주 내에 허가를 내줬는데 지금은 6개월 이상 걸리거나 서류 미비 등으로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다는 것. 예전 같으면 서류상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도 큰 이상이 아니면 넘어가줬는데 사드 문제 이후에는 트집을 잡아서라도 지연시키거나 안해주고 있다는 게 회사측 추정이다.
국내 1위 뷰티업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현지에서 판매를 반대하는 시위에 휩싸이기도 했다. 5일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동영상에는 중국 시닝 지역에 위치한 한 백화점내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메이크업 시연행사장에서 "한국기업 꺼리자"는 중국인들의 항의방문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라네즈 매장에서 근무 중인 중국인 직원들에게도 "너희가 중국인이냐", "중국인인데 왜 한국회사에서 일하냐"며 수분간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이 보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던 국무총리나 외교부장관 등의 말에 크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게 돼 속은 기분이 든다"며 "이미 피해가 현실화한 상황에서도 정부 관료들이 정치권만 기웃거리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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