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비주류 주요 인사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회의가 시작됐다.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막말도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와 비주류의 탈당 행보가 주요 안건이었다. 향후 새누리당 비주류의 운명을 암시하는 예고편과 같았다.
이들을 둘러싼 역학관계는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여권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부터다. 급속히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과 주류인 친박(친박근혜)을 아우르는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도 거론된다. 친박이 옹립하려던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의 새누리당행이 무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시나리오는 힘을 얻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전날에는 타의에 의해 강력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언급됐다 비박과 친박 모두 그에게 우호적 태도를 보인 덕분이다. "계파라는 것을 떠나 국가와 당을 위해 무엇을 할 지 따져보자"는 최근 행보가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TK출신, 중도보수라는 정책 스펙트럼, 개혁 성향 등이 정국 수습의 가능성을 높인 때문이다.
일단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전날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보수 신당파의 손을 뿌리치고 유 전 원내대표와 손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의 우호 관계는 언제든지 틀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잔류 기자회견 직후 "한계점이 오면 결국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친박 지도부를 압박했다. 반면 유 전 원내대표는 당 존속을 위해서라면 친박 지도부와 불편한 동거라도 감내할 모양새다.
김 전 대표는 여전히 탈당 쪽에 무게가 기울어 있고, 유 전 원내대표는 당 잔류에 쏠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알박기'에 나선 친박 지도부의 향후 행보에 따라 이 두 사람의 운명도 갈릴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 외나무 다리 승부에 나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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