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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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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던 어머니의 말씀은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짜' 거짓말이다. 그것이 자식 사랑이란 것을 자식들은 철이 들 때쯤이면 다 알게 된다. 그러고 보니 밥상에 함께 앉았던 우리네 어머니들은 늘 거짓말쟁이였다. 어머니는 항상 본인이 좋아하지도 않고 잘 드시지도 않던 조기며 닭다리를 자식들에게 건넸다. 반찬을 만들면서 이것 저것 맛보느라 어머니는 늘 배가 부르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식들이 대충 발라 먹은 생선을 좋아하지도 않고 배도 부른데도 나중엔 깨끗하게 발라 드셨다.

아버지들도 거짓말로 치면 뒤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어두일미'라며 생선 대가리만 골라 드셨지만 아버지가 된 나는 아직도 생선 살이 더 맛있다. 모처럼 안부전화를 드렸을 때 괜찮다, 나는 괜찮다만 되뇌던 아버지의 말씀도 거짓말이다. 전화에 묻힌 신음소리를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거짓말은 지극한 자식 사랑의 서툰 표현이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거짓말들과 마주하고 있다. 거짓말은 한번 뱉으면 주어 담을 수 없고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로 이어지기 일쑤다. 최근 일련의 거짓말 시리즈는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모든 사람을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 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진경준 전 검사장이 '120억원대 주식 대박' 의혹에 대해 처음 "내 돈으로 샀다"고 했다가 "처가에서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가 "넥슨으로부터 빌린 뒤 넉달 후 갚았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돈을 빌려줬다는 친구 김정주 NXC 대표가 최근 법정에서 "검사여서 빌려준 돈 받는 걸 포기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걸로 봐서 "갚았다"는 진 전 검사장의 마지막 발언도 거짓임에 분명해 보인다.

공무원 개인도 개인이지만 공공기관 자체의 거짓말은 더더욱 금기사항이다. 최근 인천교통공사가 인천지하철 2호선의 탈선사고를 모의훈련이라고 조작ㆍ은폐한 사건에 이르러선 어안이 벙벙하다. 인천교통공사는 사고를 숨기려 "실제 상황 대비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예고 없이 불시에 훈련을 한 것"이라고 뻔뻔하게 기자 브리핑까지 열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가 317일만에 숨진 고(故) 백남기씨의 사인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부검 논란은 또 어떤가.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마저 잊은 국가의 옹졸함은 별개로 치더라도 누군가는 원인 규명과 책임 회피를 위해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

최순실씨 딸 특례입학과 부정한 학사관리 의혹으로 미래라이프대학 파동으로 시작된 이화여대 사태는 확전 일로에 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그것이 진실을 은폐한 것이든, 진실을 조작한 것이든 거짓이라는 마귀가 온 사회를 할퀴고 있는 꼴이다.

애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새겨보자. "모든 사람을 얼마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늘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늘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이 없듯 거짓이 진실을 숨길 수는 없다.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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