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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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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서강대 교수

김영익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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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의미 있는 보고서(*) 하나가 나왔다. 주요 선진 25개국의 가계 실질 소득이 지난 10년 사이에 줄었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선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본다. 첫째, 25개 선진국 가계의 65~70%가 2005년에 비해 2014년에 실질 소득이 줄었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가처분 소득으로 보면 20~25%의 가계 소득이 감소했다. 정부가 조세를 인하했거나 소득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둘째, 소득 수준이 낮은 가계 소득이 더 줄었다. 셋째, 국가별로 차이가 컸다. 이탈리아 가계의 97%가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 그 다음으로 미국(81%), 영국(70%), 네덜란드(70%), 프랑스(63%) 순서였다. 그러나 스웨덴의 경우 소득이 감소한 가계가 20%로 낮았다. 넷째, 가계 소득의 감소로 수요가 위축되었고, 소득 감소를 경험한 국민들이 무역이나 이민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됐다.
가계 소득이 감소한 주요한 이유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폭이 컸고, 그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데 있다. 또한 국민소득에서 노동 몫의 감소와 더불어 고령화에 따른 은퇴도 실질 소득 감소를 초래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맥킨지는 선진국 경제가 과거 성장 추세로 복귀하더라도 기계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10년 후에도 30~40% 가계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재와 같은 경제 여건이 지속되면 2025년에 가계의 70~80%가 소득 감소를 경험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가계의 실질 소득은 아직은 증가 추세에 있다. 2015년 가격 기준으로 보면, 우리 가구의 실질 소득은 2005년 369만4400원에서 지난해 437만3100원으로 18.4% 늘었다. 그러나 증가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05~2008년 연평균 실질 소득 증가율이 1.9%였으나, 2009~2015년에는 1.5%, 최근 3년(2013~2015년)은 1.3%로 떨어졌다.
주요 선진국의 실질 소득 감소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몇 가지를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선진국의 우리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0%'까지 내리고 양적 완화를 통해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부양했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면서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줄었다. 그러나 갈수록 금리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되고 있다. 가계 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로 빚을 내 소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수출 주도로 성장하기 어렵고, 갈수록 내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다음으로 선진국에서 가계 실질 소득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국민소득에서 가계 몫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기업 비중은 증가한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1980년부터 1997년까지는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와 기업 소득 비중이 각각 71%와 17% 수준에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가계 몫은 62%로 낮아진 반면, 기업 비중은 26%로 높아졌다. 기업 소득을 가계 소득으로 이전시키는 더욱더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득 감소 특히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 감소가 투표를 통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영국에서 '브랙시트'로 나타났고, 미국에서도 '트럼프' 열풍이 불고 있다. 국수주의, 보호주의 성향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플랜 B'도 미리 마련해야 다가올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Poorer Than Their Parents", Mckinsey Global Institute, July, 2016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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