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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페어플레이리가'로부터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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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동네 공터나 골목에 모여서 어둑해질 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겼던 '자치기'라는 놀이가 있다. 양쪽 끝을 뾰족하게 깎은 가늘고 짧은 새끼자의 끝을 30cm 정도 되는 어미자로 살짝 쳐서 공중으로 튀어 오르게 한 다음 힘껏 쳐서 멀리 보내는 놀이이다. 어미자 길이의 배수(자수)로 새끼 자가 날아간 거리를 측정하는데, 공격과 수비로 편을 나눠 미리 합의한 목표 자수를 누가 먼저 달성하는가로 승부를 가리는 놀이다. 다소 복잡한 규칙 중 특이했던 것은 새끼 자가 멈춘 곳에서 공격자가 거리를 가늠해 자수를 부르는데, 만약 "오십 자"로 불렀을 경우 이를 수비 측이 수긍하면 오십 점이 보태지지만, 수비 측에서 이를 수긍하지 않으면 직접 어미자로 거리를 측정해서 오십 자보다 짧을 경우에는 그 회에 얻은 점수가 모두 무효가 됨과 동시에 공수가 바뀌는 규칙이다. 욕심을 부려 섣불리 과장되게 거리를 부를 경우, 커다란 손해를 보는 격이다. 이 놀이에는 비록 심판이 없지만, 승부와 관련된 커다란 다툼도 없고 서로 공정하게 경쟁하며 오직 재미와 몰입만이 있을 뿐이다.

 최근에 모 방송국에서 소개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소년 축구 경기를 유심히 본 적이 있다. 여느 축구 경기와는 사뭇 다르게 심판 없이 진행하는 '페어플레이리가' 경기였다. 상대가 넘어지면 반드시 일으켜 세워 줘야하는 것이 기본 규칙이며, 굳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볼 소유권과 반칙 등을 스스로 판단하며 어려서부터 공정한 경쟁을 몸에 익힌다. 페어플레이리가를 통해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행동하며 누군가가 실수를 했을 때나 누군가 다쳤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할 줄 아는 태도를 배울 뿐만 아니라, 같은 팀으로서 서로 함께 도우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뛰어난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며 배우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 호주에서 열린 테니스 경기 첫 세트에서 4-5로 뒤지던 레이튼 휴잇이 서브를 넣었고, 심판은 공이 선 밖으로 나갔다며 '폴트'를 선언했다.그런데 이때 상대 선수인 잭 삭이 손을 들어 레이튼 휴잇에게 '폴트'가 아닌 '인"이니 이의를 제기하라고 얘기하자, 레이튼 휴잇을 비롯한 관중, 심지어는 '폴트'를 선언한 심판조차 당황했다.계속되는 잭 삭의 이의 제기 권유에 결국 주심은 전자장비 판독을 실시했고, 판독 결과 서브는 잭 삭의 말처럼 '인'으로 확인됐다. 이후 잭 삭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휴잇에게 축하를 보냈고, 관중석에서는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며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보냈다. 결국 서브가 '인'으로 처리되면서 휴잇은 게임 스코어 4대 5의 열세를 뒤집고 세트스코어 2대 0으로 최종 승리했다.

 최근 교육부 고위관료의 망언, 거대 IT기업과 법조계와의 검은 거래 등의 뉴스를 접하며 소위 많이 배웠다는 자들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만약 이들이 자치기와 페어플레이를 직접 경험하고, 잭 삭의 멋진 행동을 관람하며 무언가를 배웠더라면 어떠했을까?

 이기광 국민대학교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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