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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조합아파트 '묻지마 분양'에 낚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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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보다 싸고 조합원 모집 다 됐다는 말에 계약
광고, 사실과 달라…분양은 하세월 마케팅비만 수억 써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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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최근 '억울닷컴'에는 서울 한복판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투자했다는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아파트 개발사업을 이끌고 있는 '노순주택개발'은 지하철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바로 인근 사업지를 확보하는 중이다. 견본주택을 사업지 인근에 지어놓고 '분양'을 하고 있다.
A씨는 이 아파트를 시세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다는 설명에 덜컥 계약을 했다. 그런데 3000만원을 투자한 후 3개월 후에야 지역주민 동의율 75% 이상, 조합 조만간 설립 등의 선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A씨는 계약서가 불공평하고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지 장담할 수가 없다면서 계약파기와 계약금 전액 환불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억울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사업주체의 광고내용을 보면 이 아파트는 '이안성북'이란 명칭으로 돼있다. 대우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해 '이안'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자랑한다. 견본주택 관계자는 분양가는 3.3㎡당 1100만원대이며, 495가구 중 전용 59㎡와 84㎡는 거의 대부분 계약됐다고 설명했다. 인근 아파트 시세가 전용 85㎡ 기준으로 5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2억원 안팎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대우산업개발은 시공사로서 가계약만 돼있을 뿐이다. 아파트 브랜드를 확정적으로 사용할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더욱이 계약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토지 확보와 조합 설립, 인허가 등까지는 확실하게 시기를 못박을 수 없다.
관련 법규에서는 조합을 설립하려는 경우 자율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게 돼 있으며 95% 이상 땅의 소유권을 확보한 후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A씨가 발을 담근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불법은 아니다. 계약파기나 계약금 환불은 쉽지 않다. 사업 추진주체와 계약자가 상호 합의해야 계약이 파기될 수 있으며 파기되는 경우라도 계약금 환불은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더욱이 계약자가 되면 조합원의 자격으로 조합 운영비나 사업 추진에 드는 추가 비용을 분담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지역주택조합은 집을 비교적 싸게 구입하는 장점을 가진 주택사업 방식이다. 따로 시행사를 두지 않고 뜻을 같이하는 조합원들이 직접 땅을 확보하고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하지만 단점도 적지 않다. 땅을 확보하면서 조합원을 모집하는데 사업인허가를 받기 이전이어서 당초 계획한 입주일정을 맞추지 못하기 일쑤다. 이렇다보니 자금을 투자한 조합원들이 하릴없이 미뤄지는 사업을 두고 소송 제기로 대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세련된 견본주택을 찾았다가 순간적으로 마음을 빼앗겨 성공 가능성만 믿다보면 수천만원을 투자해놓고 몇년씩 끙끙 앓는다.

지난해 7월부터 조합원 모집에 들어간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도 추진 1년 만에 조합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마찰을 빚고 있다. 업무대행사가 조합원(705명) 1인당 2000만~6000만원을 받아 모은 300억여원의 사업비를 1년도 채 안 돼 다 써버린 것. 그럼에도 토지대금 일부 지급, 조합 설립 신청 외에 사업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의 돈으로 일부 매입한 땅을 공매 절차를 통해 또 다른 회사에 넘겨버렸다. 이로 인해 조합원들은 한푼도 보상받지 못했다. 부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은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자 한 조합장이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주택협회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 조합원 모집 신고제와 공개모집을 의무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가 신고받은 내용 중 토지확보나 토지이용계획에 따른 사업계획 타당성 등 검토자료를 인터넷에 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개선이 이뤄질 경우 지역주택조합의 맹점이 보완돼 소비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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