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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삼성 문화혁신, '수적천석'처럼 작은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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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7월 7일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나는 날, 우리는 회의 중 아이디어를 만나는 날!'

지난 7일 삼성전자 A 직원은 이른 아침 출근 후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했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단순히 '7월 7일'이라는 날짜를 활용한 문구로 가볍게 넘길 수도 있었지만 삼성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상황과 동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삼성은 최근 불필요한 회의와 보고를 줄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의 '스타트업 삼성' 혁신 방안을 내놨다. A 직원은 "쓸데없는 회의는 최대한 줄이고,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 아이디어를 내자고 해놓고선 아침부터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만나자니……."라며 씁쓸해 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자율출근제, 창조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던 와중에 사내 인트라넷 첫 화면에 뜬 것은 바로 영화 '위플래쉬'. '채찍질'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성공을 위해 병적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초일류를 위해 도전해야 한다는 뜻은 좋지만, "미쳐야 뭐가 되더라도 된다", "적당히 해선 안 된다. 좀 더 몰아치자"는 투의 격려는 젊은 직원들에겐 오히려 불편한 인상을 남겼을 뿐이다.

삼성은 최근 '스타트업 혁신'을 선언하고 ▲호칭 통일 ▲효율적 회의 ▲눈치성 잔업과 휴가 근절 등을 골자로 하는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혁신은 거대담론이 아닌 수적천석(水滴穿石ㆍ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처럼 조그만 변화에서 시작된다. 삼성 직원들이 느끼는 혁신도 소소한 곳들에 있다. 아침에 처음 마주하는 컴퓨터 화면, 상사의 출ㆍ퇴근시간, 주말에 울리는 업무 메시지가 호칭 통일보다는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는 것.

삼성의 또 다른 직원은 "보도된 기사만 보면 마치 삼성에서 야근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변한 것은 거의 없다"며 "'눈치보며 야근하지 맙시다'라는 캠페인보다는 야근을 하더라도 걱정 없이 야근수당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게 진정한 변화"라고 꼬집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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