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영업정지 파장]높은 처벌수위에 업계도 술렁 "시장신뢰도 하락"우려

단독 브랜드 등 이탈율 높을 것

롯데홈쇼핑에서 한 중소기업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롯데홈쇼핑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부터 황금시간대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자 업계에서는 단기간 내에 협력사들의 이탈 조짐이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쇼핑은 다른 업태에 비해 협력사와 업체간 상호 구속력이 약하고, 최근 데이터방송(티커머스)의 진입으로 경쟁사가 17개로 불어난 시장 상황 아래 협력사의 파워가 커졌기 때문이다.

27일 홈쇼핑업계는 롯데홈쇼핑과 거래관계에 있는 협력사들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을 시사했다. 협력사들이 영업정지 처분으로 인해 영업상황이 악화되면 타 업체와 새로운 계약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것. 특히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들의 이탈률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티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진입으로, 협력사들의 콧대는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17개 사업자들이 무한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홈쇼핑업체와 협력사 간 ‘갑을관계’가 전도됐다는 것.

A홈쇼핑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이 가지고 있던 단독 브랜드, 잘나가는 브랜드는 이탈할 위험이 있다”며 “채널이 몇 개 안될 때는 협력사들이 서로 채널에 들어가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채널이 17개나 되다보니 잘나가는 업체들이 홈쇼핑을 골라서 들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독점 업체들이 영업정지기간동안 상황이 어려워지면 타 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롯데홈쇼핑이 협력사와의 관계에 있어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계약관계가 자유로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홈쇼핑 협력사들은 다수의 업체와 계약관계를 맺을 수 있고, 상품 경쟁력만 뛰어나다면 단기간에도 계약관계는 성립된다. B홈쇼핑 관계자는 “단독 브랜드는 단기간 내에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방송 시작 일주일전, 한 달 전에도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에 제품만 좋다면 다른 홈쇼핑에서 충분히 판매가능하기 때문이다”고 이유를 들었다.

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높다’고 입을 모았다. C홈쇼핑 관계자는 “방송을 아예 송출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충격이다”며 “정부 허가 사업이다 보니 계속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영업정지 제재가 전례로 남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사도 안되는 상황에서 홈쇼핑 비리가 회자되면 업계로서는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말하며 업계 전반의 이미지 추락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D홈쇼핑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는데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면세점도 그렇고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유통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소기업들과의 상생협력도 지속하고 있는데 일부 비리 때문에 얼룩진 점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내부적으로도 이번 롯데홈쇼핑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가치를 세우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