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3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각하) 대 2(반대)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전주지법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던 도중 해당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올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강제추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까지 처벌 가능해 가볍지 않은 죄다. 다만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에 대한 형사책임이 인정돼 소액의 벌금만 물더라도 유죄 판결로써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
경우에 따라 얼마 안 되는 벌금보다 신상정보 등록이 훨씬 가혹할 수도 있어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는 논란이 있다.
헌재는 그러나 “A씨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이어서 문제의 성폭력처벌법 조항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위헌 여부를 가려야 할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되려면 해당 조항이 사건에 적용돼 위헌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져야하는데, A씨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이 될지는 커녕 유무죄 여부도 아직 가려지기 전이어서 위헌 여부를 따져볼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일원·조용호 재판관은 “문제의 조항이 위헌이 되면 A씨에 대한 유죄판결의 효력 가운데 신상정보 등록이라는 법률효과가 사라지게 돼 재판 효력의 법률적 의미가 달라진다”면서 “제청법원의 견해를 존중해 각하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앞서 같은 조항에 대해 경미한 강제추행의 경우까지도 유죄가 확정되면 일률적으로 신상정보를 등록하도록 해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헌재는 지난해 합헌 결정했다.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 위헌이라는 일부 이견도 있었으나, 재판관 다수는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번 사건 관련 역시 선례를 바꿀 만한 사정은 없다고 결론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