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은 정부가 올해 9월11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개별상임위원회는 예산안을 심사한 뒤 심사내용을 국회 예결위에 넘겼다. 예결위는 총 12차례 전체회의를 열었고, 이후에는 예산안 소위원회를 통해 심사를 이어갔다. 예산안은 원래 지난달 30일까지 심사를 완료하고 전체회의 의결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결국 제때 완료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여야 예결위 간사와 정부관계자들이 따로 모여 예산안을 최종 확정 짓게 됐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의도된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지역 사업 등 예산이 반영된 의원들의 반발을 의도해 자세한 내용의 예산안이 늦게 공개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예산안이 여야간의 쟁점 현안에 일괄 타결 방식으로 가다보니 예산안 확정이 늦어질 수는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어느쪽이더라도 예산안은 의결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에게도 다가가기 어려운 정보다.
하지만 국회가 예산에 대해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다. 국회는 이에 대해 심사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 개별 상임위원회와 예결위는 각 사업에 대해 예산을 삭감한 뒤 증액하는 절차를 밟는다. 현행 국가재정법 69조에 따라 증액하거나 새로운 과목을 설치할 때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제 예산 심사는 각각의 사업에 대한 예산을 삭감한 뒤에 이 삭감된 예산을 바탕으로 증액 또는 신규 사업 예산을 편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실제 국회가 만지작거리는 돈은 삭감된 예산 정도다. 국회의 예산심의권은 예산을 삭감하는 권한과, 정부의 동의를 얻어 삭감된 만큼을 다른 곳에 편성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예결위가 온전히 나라살림을 제대로 감시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국회는 한해도 빠짐없이 나라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걱정을 쏟아내지만 실제 심사과정은 현실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내년 나라살림의 기초가 되는 세수에 대한 추계 등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미국의 경우에는 예산의 총액규모나 부문별 예산배정에 대해 국회가 갖는다. 예산의 얼개를 정부가 다 짜면 이 예산안을 미시적으로 조정하는 우리 국회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다. 우리 예결위는 정부가 걷겠다는 세금 규모가 적정한지 복지에 쓰는 전체 재원 규모가 적정한지는 따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겨를이 없다. 그냥 각각의 사업 예산을 둘러싼 실랑이만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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