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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바로크 회화 거장 '루벤스'와 동시대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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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1616년 경

루벤스,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1616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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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7세기 유럽 회화의 거장 루벤스와 동시대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이 대거 방한했다. 종교개혁 운동이 한창이던 당시 가톨릭(구교)의 보호를 받으며 반종교개혁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종교화와 역사화 그리고 개신교(신교)의 영향으로 최초의 미술시장이 생겨나면서 부상하기 시작한 실내장식용 그림이 나왔다. 루벤스와 반다이크, 브뤼헐 등 플랑드르 작가들의 대표작들, 동시대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작가들을 함께 선보이며 바로크 시대의 예술 세계를 다각도에서 비교, 조망하는 전시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展이 11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3년 리히텐슈타인박물관이 한국전을 제안하면서 기획된 것이다. 리히텐슈타인공국의 대표 박물관으로, 유럽 최고 왕립박물관 중 하나다. 리히텐슈타인공국은 현재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다. 오스트리아의 가장 오래된 귀족 가문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핵심세력이었다. 이들이 수집했던 미술품은 유럽의 왕실 박물관 중에서 르네상스에서부터 바로크, 근대 비더마이어 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수많은 명작들이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 박물관 소장 회화, 조각, 공예, 판화, 태피스트리 등 엄선된 작품 120여점이 선보였다.
이번 전시의 중심축은 '피터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1577~1640년)'다. 그는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유럽전역을 무대로 활동하던 당대 최고의 화가였다. 플랑드르는 벨기에 서쪽을 중심으로 해 네덜란드 서쪽에서부터 프랑스 북쪽까지를 포함했던 지방으로, 11세기 이후 모직물 산업으로 도시가 번성했고, 벨기에가 독립·분리될 때까지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다.

'바로크의 피카소'로 비유되는 루벤스는 미술사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로 평가된다. 실제로도 화가이자 외교관, 인문주의자, 교육자, 사업가로 현실의 삶 속에서 자신의 이상을 마음껏 구현했던 보기 드문 인물이다. 그는 23세가 되던 1600년에 이탈리아로 떠나 8년간 유학하면서 이탈리아 미술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이는 곧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탈리아 민토바에서 처음으로 궁정화가로 임명됐다. 이후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 제노바, 스페인 마드리드, 프랑스 파리, 플랑드르 안트베르펜, 영국 헤이그, 폴란드 등 유럽 전역의 왕실과 최고 권력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작품을 제작했다. 또한 외교특사가 됐으며, 귀족 작위까지 받았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루벤스는 플랑드르인이었지만 독일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청년기를 보냈고, 개신교 신앙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예술인이면서 궁정에 속했고 외교관이었다. 또한 창작인이면서 성공적인 사업가였다. 그의 위대함은 다양한 방면의 차이를 넘나들면서 생기는 통합의 에너지에서 나왔을수도 있고,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한 번민의 결과일 수 있다"며 "실제로 그는 미술에서도 상충하는 양식을 하나로 융합한 국제주의 양식을 이끌었다. 북유럽의 섬세함과 이탈리아 미술의 웅장함을 최초로 융합한 '장엄양식'의 선구자였다"고 했다.
피터르 브뤼헐 2세(브뤼헐 1세의 원작)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1607년.

피터르 브뤼헐 2세(브뤼헐 1세의 원작)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16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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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몬 판라위스달, '나룻베가 있는 강변 풍경', 1631년.

살로몬 판라위스달, '나룻베가 있는 강변 풍경', 16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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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루벤스의 대표 걸작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아기 에리크토니우스의 발견’ 등이 소개됐다. 장엄하고 화려한 종교화, 신화화 및 역사적 스토리를 간직한 유화 스케치들과 함께 루벤스가 직접 제작 지휘한 유명 태피스트리 연작인 ‘데키우스 무스’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루벤스 스튜디오의 일원이자, 유럽 미술사에 중요한 획을 남긴 안토니 반다이크와 야코프 요르단스의 중요한 작품들도 소개됐다. 플랑드르의 전통 위에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 등 국제적 흐름을 수용한 ‘플랑드르 바로크’의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황금기를 맞이했던 17세기 네덜란드의 정물화, 풍경화, 초상화, 장르화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도 같이 비치됐다. 플랑드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북부네덜란드 사회의 모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귀도 레니를 비롯한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과 플랑드르 대표적 예술가 가문인 브뤼헐 일가의 작품들을 한 데 모았다. 여기에 루벤스 컬렉션으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예술품 수집 역사를 재조명하는 '예술의 방(쿤스트캄머)'이란 전시 부스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리히텐슈타인 대공 한스-아담 2세는 "리히텐슈타인박물관 소장품으로 도쿄 국립신미술관,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베이징 국가박물관, 타이베이 고궁박물원, 상하이 엑스포 중화예술궁에서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한국 문화의 간판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기쁘다"며 "리히텐슈타인과 한국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문화적 토양에서 공고해진 관계가 정치와 경제 분야에도 확장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전시는 내년 4월 10일까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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