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1월 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1%대로 올라섰다. 11개월째 이어졌던 0%대에서의 탈출로, 국민들의 체감물가 걱정과는 별개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공업 제품 가격 하락세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멈춘 것도 소비 회복세를 반영했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어느 정도 씻어 주었다.
이 같은 통계는 생산ㆍ투자ㆍ소비 지표가 서로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표가 하나의 방향으로 동행하지 않고 각기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지표 간에 어긋나기도 하지만 같은 지표도 꾸준한 흐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소비는 회복세인 듯 보이지만 그 기세가 견조하지 않다. 지난 10월 산매판매가 4년9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급조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효과 등을 감안하면 '반짝 호조'의 성격이 짙다. 경기가 매우 혼조 양상이며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상반되는 지표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규모에다 다양한 요인과 변수들이 뒤얽혀 돌아가는 우리 경제의 구조상 이 같은 지표 간의 상충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최근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 여건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 경제는 유난히도 지표의 '이중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무역수지 결과도 그런 점에서 그 전에 보기 힘들었던 것이다. 11월 무역수지는 사상최대인 104억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불황형 흑자'의 산물이라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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