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먹는 수박, 사과 등의 과일의 모양이 대부분 동그란 구(球)의 형태를 가진 것은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함이다. 겉넓이를 최소화하되 과일 내부의 공간(체적)을 최대화하는 수학적 형태가 바로 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수리가 지상에 있는 사냥감을 찾아서 하강할 때 최단거리인 직선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으로 내려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중력을 감안할 때 물리학적으로 가장 빠르게 목표물에 닿는 경로라고 한다.
최근 우리 여신금융업계도 스스로 생존방식을 찾아야 하는 자연의 경쟁원리가 적용되고 있다. 신용카드업권은 영세ㆍ중소 가맹점에 대한 대폭적인 수수료 인하에도 불구, 회원에 대한 서비스의 축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연 매출 2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카드 수수료는 기존 1.5%에서 0.8%로, 연 매출 2억~3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은 2%에서 1.3%로 인하된다. 수수료 인하로 인해 약 67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인터넷 뱅킹과 스마트폰 뱅킹, 간편결제서비스 등 핀테크(금융+기술)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개발한 간편결제서비스 '삼성페이'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플라스틱 카드를 단말기에 긁는 전통적인 결제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오프라인 결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리스할부 금융업과 신기술 금융업 역시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에서 경쟁심화, 다른 금융업권과 업무영역 중첩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빠르게 변하는 금융 환경 내에서 금융사들은 스스로 최적의 생존방식을 찾아야 한다.
금융회사의 본능도 자연 속의 생명과 같이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할 때 회사 스스로 창의적이며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적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여신금융회사의 부수업무 네거티브 전환 등 금융업권에 대한 규제완화는 이러한 면에서 자연스럽다. 네거티브는 불허하는 것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다 허용하는 방식이다. 카드사들은 중소기업적합업종 등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부수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고객의 가치 향상과 수익성을 개선해 새롭게 적응한 여신금융업권의 미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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