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겉모습만 선진국과 비슷해지고 있을 뿐 과연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때가 너무도 많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데 필요한 제도와 관행이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경우가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소비와 생활만 선진국 흉내를 내면서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듯한 경향도 적지 않다.
시민사회의 또 다른 한 축인 민주주의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대의제도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다수결의 원칙은 어느 순간 승자 독식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토론문화 속에서 민주주의가 성장해 온 선진국과는 달리 대화를 통한 해결책을 도출하기보다는 진영논리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동력이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 고도성장 시절 나타난 과당경쟁과 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본말이 전도된 경우가 적지 않다. 만점이 돼야 1등급을 받는다는 수능도 실력을 테스트하기보다는 실수를 적게 하는 훈련이 되고 말았다. 대학 수험생이 작은 실수로 엄청난 결과 차이가 났을 때 당사자는 우리 사회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질지 뻔하다. 공직자 선임도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보다는 실수 여부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배임죄는 너무 엄격해 단순한 경영판단 착오조차 배임죄 처벌의 대상이 돼 경영인들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사회 곳곳에서 복지부동을 초래하는 요인뿐이다. 과거 과당경쟁의 폐단을 막고 부패를 척결하는 과정에서 마련된 각종 제도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선진사회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발전이 정체된 가운데 국민들의 의식과 소비성향만 선진국 흉내를 내는 데 급급한 형국이다. 결국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압축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으로 가려면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민의가 존중 받는 민주주의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신뢰와 책임에 바탕을 둔 제도를 보다 발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다음에야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최성범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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