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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납세자 부담 가중시키는 지방소득세 과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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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전병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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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취득세 영구인하로 인해 어려워진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2013년 말에 지방소득세 과세제도를 개편했다. 그 결과 2013년까지는 소득세액과 법인세액의 10%로 지방소득세를 과세한 반면 지난해부터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지방소득세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과세제도가 바뀌었다.

이와 함께 종전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의해 소득세와 법인세가 경정되면 지방소비세가 부수적으로 경정됐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액 경정이 불가능해서 독자적인 세무조사를 한 사례가 없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지자체에 과세표준 경정을 허용해서 독자적 세무조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제도 개편은 지방재정의 확충과 함께 지자체의 과세자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이로 인한 납세자 부담 확대와 행정비용 증가는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개편방향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현행 과세체계에서는 전국의 226개 기초 지자체가 국세청과 별도로 세무조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중복 세무조사를 통한 납세자의 부담이 매우 커지게 된다. 전국적인 지점망을 가진 법인의 경우 사업장이 소재하는 개별 지자체가 모두 과세표준 경정과 안분비율 조정에 따라 세액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들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세무조사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들 중 한 지자체의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세액의 영향을 받는 나머지 지자체들도 과세처분을 남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 침해와 법률관계 불안정도 매우 커질 수 있다.

또한 종전에는 해당 납세자가 국세청만을 상대로 과세처분의 적법성을 다투면 됐지만, 현행 체계에서는 국세청과 함께 사업장이 소재하는 모든 지자체를 상대로 불복청구를 제기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급심의 재판 결과가 상반될 수 있기 때문에 납세자의 권리구제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지방소득세의 신고의무 이행을 위해서도 종전에는 납세자가 별도의 첨부서류를 거의 제출할 필요가 없었던 반면 작년부터는 소득세와 법인세 신고와 같이 방대한 첨부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과중한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이와 같은 과세체계 개편에 따라 급증한 납세자의 납세협력비용과 개별 지자체의 징세비용 및 소송 관련 행정비용은 독자적인 세무조사 수행으로 인한 편익에 비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특히 법인 소득에 지방세를 부과하는 다른 경쟁국가들의 글로벌 입법 현황과도 차이가 있어서 우리나라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과세표준을 공유하는 일본, 캐나다 및 독일의 경우에는 지자체에 독자적 세무조사권이 없고, 국세청이 경정한 과세표준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정부에 독자적 세무조사권이 있지만, 연방정부와 과세표준을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대입하기 어려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개편된 지방소득세의 시행에 따라 나타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함으로써 납세자의 과중한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2013년 말의 제도 개편을 통해 지방소득세의 운영 자율성은 다소 강화됐지만, 이를 통해 상당한 사회적 비효율이 발생했고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지자체 간의 과세경쟁으로 인해 과세상 실익도 크다고 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충분한 설득을 바탕으로 국세청이 경정한 과세표준을 기본적으로는 지자체에서 수용하도록 하고, 독자적인 세무조사권을 배제하면서 납세자들의 제출서류도 간소화하도록 지방소득세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분명한 탈루혐의를 확인하거나 탈세제보를 입수하거나 또는 지방소득세 무신고자를 적발한 경우 등과 같이 명백한 과세표준 경정 사유에 해당하면 예외적으로 국세청에 경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부분적 과세자주권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도 독자적 세무조사권 행사로 얻을 수 있는 당장의 작은 세수 증가보다는 납세자 부담의 완화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결국 납세협력비용을 종전 수준으로 낮추면서도 실질적 과세자주권과 지방재정 확충을 달성하고 국가적 경쟁력도 강화시킬 수 있는 국민경제 전체의 파레토 개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병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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