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신성장 산업으로 의료, 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등을 꼽는다. 하지만 신성장 산업이 한국의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10년, 많게는 2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력 산업의 후퇴와 신성장 산업의 더딘 성장으로 한국 경제는 10년의 공백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우리는 앞서간 선대가 이뤄 놓은 경제적 성장의 과실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세대는 후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1955년 폐허가 된 한국에 희망의 프로젝트가 날아올랐다. 국제원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의료진이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의료기술을 배운 지 반세기 만에 한국은 의료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우리 정부가 2009년에 글로벌 헬스케어를 국정과제로 추진한 이후, 그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125개 의료기관이 해외시장에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앞장서서 전파하고 있다. 한국 의료가 '가능성이 있다!' '된다!' 라는 인식을 갖는 데 6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싱가포르, 태국 등 글로벌 헬스케어 선도 국가를 따라잡았다. 앞서간 국가를 추격형 전략으로 따라가면서 선진국 문턱에 이른 한국의 저력이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산업 수명 주기상 도입기를 지나고 있는 글로벌 헬스케어가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을 못하고 주춤주춤하고 있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등 뜻하지 않은 변수가 나타나자 해외 환자 유치 성장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기술력 있는 여러 전문병원들은 곱이곱이에서 주저앉고 있다.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에 말레이시아(MHTC), 일본(아베노믹스ㆍMEJ), 중국(15개 이상 의료특구 조성)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왔고, 이제는 우리를 추월할 거 같은 기세다.
김기성 차의과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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