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발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면 그만이다. 바람의 흐름에 발맞춰 걷다 보면 가을 끝자락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수북이 쌓인 낙엽, 앙상해져 가는 나뭇가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부터 경기도 북부 주민들이 서울을 오가는 길로 이용했다. 우이령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공병대에 의해 작전도로로 정비됐다. 지금은 산길이라기보다는 차량도 통행할 수 있을 정도의 비포장도로에 가깝다.
우이령은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사건이 발생한 1968년 1월21일 이후 민간인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한동안 사람의 발걸음이 통제된 탓인지 그곳은 생명의 기운이 넘친다. 우이령은 샛길도 없다. 무분별한 발걸음에 자연이 훼손될 가능성이 적은 셈이다. 서울에 이만큼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고 있는 곳도 찾기 어렵다. 우이령이 일반인에게 다시 개방된 것은 2009년 7월10일이다. 폐쇄된 지 무려 41년 만에 길이 열렸다. 자연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여전했지만, 탐방객 제한을 전제로 개방하기로 했다. 우이령의 매력이 알려지면서 그곳을 찾는 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이령은 자연과의 공존, 그 중요성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일반인 통제가 없었다면 우이령도 다른 북한산 등산로처럼 시름시름 앓았을 것이다. 정규 등산로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이를 피하고자 여기저기 샛길을 내서 자연은 훼손되고 있다.
일정 기간 발걸음을 통제하고 자연이 숨을 쉬게 해주면 그 혜택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바람과 동행하는 사색의 공간, 우이령의 아름다움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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