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생명의 빛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유산(流産)의 아픔이다. 태아가 20주 이내에 생명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통 '자연 유산'이라고 한다.
40세가 넘는 고령 산모는 자연 유산 비율이 12%로 급증한다. 직장 여성들도 유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직장 여성들은 출산 직전까지 회사에 다니다 휴가를 떠난다. 직장 여성들에게 아침, 저녁 출퇴근은 힘겨운 시간이다.
임신 3~4개월까지는 유산 가능성이 큰 시기로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정신적인 충격을 받거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경우에도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임신 초기는 입덧도 상대적으로 심한 시기다.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때문에 10분도 서 있기 힘들 때도 있다. 그럴 때 '만원' 지하철에 오르면 탁한 공기, 격한 냄새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정말 미안하고 안타까운 장면 아닌가. 장애인과 노인은 물론 임산부도 배려의 대상이 돼야 할 '교통 약자'다. 지하철에는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건장한 청년이나 중년 남녀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임산부라는 것을 알리는 목걸이나 가방 고리, 산모수첩을 지녀도 소용없는 경우가 있다.
일반인들이 그것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할 때는 무용지물 아니겠나. 10월10일 '임산부의 날'도 이제 한 달이 흘렀다. 특정 기념일만 떠들썩한 관심을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 식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임산부가 편안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캠페인은 1년 내내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작은 생명이 세상을 만나는 그 날까지 함께 보호해야 한다. 임신한 이들의 마음고생, 남몰래 흘리는 그 눈물을 우리 사회가 닦아주는 것은 어떨까.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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