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첫 연습. 운동장 몇 바퀴 도는 것도 고역이었고, 간단한 스트레칭조차 따라 하기 버거웠다. 20~30대 젊은 후배들의 절반밖에 뛰지 않은 것 같은데도 땀은 배로 흘리는 듯했다. 겨우 겨우 체력훈련을 마치고, 4대4로 미니게임을 했다. 골키퍼 없이 조그만 미니골대에 골을 넣는 게임이었다.
주위에는 나이 든 선배가 뛰는 게 안쓰러워 애들이 봐주는 것이라고 겸손을 떨었지만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여기에 몇몇 후배가 "선배가 위치 선정은 참 잘하는 것 같다"고 추켜세우자 '내가 몸은 못 따라가도 축구지능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은근 들었다.
하지만 착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열흘 전 열린 회사 체육대회. 얼굴도 모르는 계열사 사람들과 섞여 경기를 하자 진면목이 바로 드러났다. 축구화까지 폼나게 신고 나섰지만 조깅화를 신고 나온 상대편을 따라가지 못했다. 결정적인 헛발질에 결승골 헌납의 1등 공신(?)이 됐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조직 수장들은 자신이 매우 유능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특히 크고 힘 있는 조직의 수장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기 마련이다. 부하 직원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경쟁적으로 좋은 말을 하기 때문이다. 축구야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업무에서도 그럴 수 있는 게 조직이다. 사장님들, 듣기 좋은 말을 경계하세요.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