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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잊혀진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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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민 사회부 차장

류정민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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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가요계 역사에서 조용필은 그 자체로 역사다. 특히 1980년대는 조용필 전성시대였다. 조용필은 요즘도 '가왕(歌王)'으로 불리지만, 그때 인기는 차원이 달랐다. 서태지와 아이들, HOT, god, 소녀시대, 아이유, 엑소의 전성기 시절 인기를 모두 합한 정도가 아닐까.

시대를 초월해 남녀노소 인기를 독차지했으니 그런 평가도 과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연말 가요대상을 독차지하는 게 미안해서 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MBC가 '10대 가수 가요제'를 하던 그 시절 최고의 영예인 '최고 인기 가수'는 조용필의 차지였다. 조용필이 수상거부를 선언하기 전인 1986년까지 '조용필=최고 인기 가수' 등식이 이어졌다. 그렇게 1980년대를 평정했던 조용필 시대에도 '균열'은 있었다.

이른바 1982년의 반란이다. 조용필이라는 거대한 산을 무너뜨린 사람은 가수 이용이다. 그것도 단 하나의 노래, '잊혀진 계절'로 일궈낸 결과물이었다. 1982년에도 조용필 인기는 대단했지만 MBC 최고 인기 가수는 조용필이 아닌 이용이 차지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박건호 작사, 이범희 작곡의 잊혀진 계절은 읊조리듯 시작하는 멜로디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TV 채널도 몇 개 없던 시절, 라디오는 서민들의 청량제이자 삶의 일부였다. 각종 공장과 사무실은 라디오를 켜놓고 일을 했고, 인기 가요를 흥얼거리며 하루의 피로를 녹여냈다. 라디오에 울려 퍼지던 잊혀진 계절도 그런 존재였다.

비가 오는 밤에도, 낙엽이 흩날리는 어느 오후에도 라디오에서는 그 노래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한때 뜨겁게 타오르다가 식어간 히트곡이 얼마나 많은가. 잊혀진 계절은 그런 노래와 달랐다. 1982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사랑받는 노래다. 지금도 해마다 10월 말이 되면 잊혀진 계절이 라디오에 울려 퍼진다. 그렇게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위안을 전했다.

입시, 취업, 사랑, 사업 등 삶의 고비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이 참 많다. 때로는 뜻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존재가 오래된 친구 아닐까.

푸석푸석해진 얼굴을 보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할지라도, 그 시절 꿈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10월 마지막 밤 오랜만에 잊혀진 계절을 들으며 친구에게 전화 한 통 해보는 것은 어떨까. 찬란했던 각자의 청춘을 회상하며 '힐링의 시간'을 나눌 수 있도록….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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