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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표 집밥시대, 다섯 남자의 밥상수다

[아시아경제]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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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남자’의 뜻이 바뀌는 중이다. 원래의 상남자는 ‘진짜 남자, 남자 중의 남자’의 뜻으로 다분히 ‘마초’적이다. 그런데 1980년대 출판된 국어사전에 이 단어가 없다. 생겨서 쓰이게 된 지 얼마 안된 단어인 것이다. ‘남성, 수컷, 야성, 단순, 무식’을 포괄하는 마초 역시 같은 사전에는 ‘말꼴, 말에게 먹이는 풀’이란 뜻 밖에 없다. 최근 ‘상남자’의 뜻에 한 가지가 더 생겼다. ‘(밥)상 차리는 남자’이다. 아내 대신 스스로 ‘부엌데기’ 역할을 도맡은 남자이다.

방송마다 인터넷마다 ‘먹방, 쿡방’이 대세다. 덩달아 예전이라면 주방장, 잘 쳐줘봐야 요리사가 전부였던 직업군의 사람들이 ‘쉐프’가 돼 그 인기와 몸값이 하늘을 찌른다. ‘스타 쉐프 되는 길’이 인터넷 검색 사이트의 주요 검색어로 등극했을 정도이니 유행도 보통 유행이 아니다.
먹방, 쿡방이 이렇듯 급속히 뜨는 이유의 진단도 갖가지다. 먹고 살만 해지니 단지 배를 채우던 것을 넘어 음식의 질을 따지는 시대가 돼서 그렇다고 보는가 하면 어떤 인문학자는 젊은이들이 취업난으로 인간의 동물적 욕구인 식욕과 성욕 중에 성욕마저 포기하고 마지막 남은 게 식욕이라서 그렇다고도 한다.

이유야 어쨌든 SNS에서도 ‘상남자’들의 인기가 폭발 중이다. 이들이 갓 요리한 음식의 사진과 글을 올리면 남녀 구분 없는 팬들의 환호와 요리법(레서피) 문의가 줄을 잇는다. 재미있는 것은 문의를 하는 대부분이 가정 주부라는 것인데 그건 상남자들의 요리실력이 평범의 수준이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 집밥 스토리가 꽤 알려진 건축가 이충노 씨를 필두로 번역가 조영학, 변호사 유정훈, 출판사 대표 강성민, 영화번역가 황석희 씨 등등이 그런 남자들이다. 같은 일(?)과 관심으로 서로를 은밀히 엿보던 이 다섯 명의 남자들이 한날 모여 ‘도대체 왜 우리는 스스로 부엌데기를 자초했는가, 요리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놓고 떠든 수다를 정리한 책이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이다.
핑계 없는 무덤과 원인 없는 결과 없듯 이들이 상남자가 된 건 다 나름대로 그럴 만한 이유들이 있었다. 그것이 아픈 가족사거나 순전히 배우자를 위한 사랑이었거나 자신도 이유를 모를 관심이었거나 간에, 이들이 가족을 위한 식탁 차리기에 도전하고 몰입하는 모든 이유를 종합하면 나오는 엑기스 공통분모가 ‘가족, 가정, 사랑’임은 확실하고 분명하다.

이 남자들의 부부금슬은 최상 중 최상, 닭살 돋을 지경이다. (물론 책으로 읽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이들의 부부금슬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이 남자들의 가정 또한 매우 화목해 보인다. 더구나 ‘아들 은규와의 지독한 불화’를 치유하기 위해 최후(?)의 카드로 선택했던 이충노 씨의 ‘은소밥 (은규를 위한 소박한 밥상)’은 완벽한 반전과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다섯 명의 상남자들은 필시 오늘 아침에도 가족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을 것이다. 음식의 맛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맛’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멋지지 아니한가! <조영학 유정훈 강성민 이충노 황석희 지음/메디치/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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