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 질풍노도의 청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은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열창했다. 특히나 암울했던 정치상황에서 어깨동무를 한 청년들은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를 외치며 민주화의 꿈에 고래를 끌어들였다.
<고래 날다>는 청소년 소설이다.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곧 있을 중간고사 후에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부탁해 고르게 됐다. 그 나이 때에 읽어 둠직한 <데미안> 같은 고전도 좋겠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공기로 숨을 쉬는 대안학교 또래들과 아픔과 희망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다.
이 소설에는 두 마리의 고래가 산다. 작가의 고래와 아이들의 고래다. 소외된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부단히 글을 쓰는 작가의 고래가 원양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날을 위해 긴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두물머리 대안학교로 온 태수, 몽희, 은규, 아영이 등등이 키우는 고래도 이제 막 바다로 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이 되는 두물머리는 서로 다른 개성들이 합해져 새로운 빛이 되는 곳이다. 아들을 잃어 아픔이 큰 교장 선생님이 빚진 마음으로 ‘날개학교’를 굳이 이 곳에 세운 이유다.
‘학교는 성적이 아니라 적성을 공부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말은 백 번 맞는 말이지만 성적이 지상의 모든 것인 제도교육의 현실 앞에선 끝내 공염불이다.
학과공부와 시험성적에 미래를 걸 수 있는 ‘공부과’ 학생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엑세서리로 전락한 나머지 대부분의 아이들도 그러나 1등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분야는 모두 가지고 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어른들은 왜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고래를 찾도록 믿음과 사랑으로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일까. (박경희 지음 / 다른 / 1만2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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