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최보기의 책보기] 지금 행복하세요?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사지 멀쩡한 당신, 과연 이 사람보다 행복한가

[아시아경제]
지금 행복하세요?

지금 행복하세요?

원본보기 아이콘
줄탁동시, 알 속의 병아리가 어엿한 생명으로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스스로 안에서 껍질을 부리로 두드리는 일과 밖에서 어미 닭이 껍질을 쪼는 일이 함께 일어나야 한다. 인생으로 치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인데 신명진의 <지금 행복하세요?>를 읽으며 불쑥 떠오른 사자성어다. 그의 부모와 그가 줄탁동시의 영락없는 표본이다. 저자보다 저자를 위해 헌신했던 그의 부모에게 먼저 정중하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지난 3월에 출판된 책을 굳이 지금 가져와 언급하는 이유는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행복한 삶의 가치를 찾아 대차게 사는 저자를 특별히 위로하거나 응원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사지 멀쩡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나약한 태도와 포기를 경계하기 위함임을 서두에 미리 밝힌다. 저자 신명진은 다섯 살 때 기차 사고로 두 다리와 오른팔을 잃고 왼팔 하나로 38년 세상을 견뎌왔다.
물론 ‘장애를 극복하고 대단한 일을 이뤘다’는 류의 감동 스토리는 저자가 처음도 아니고, 저자보다 더 한 사람들도 많다. 그 중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는 미국 동부 존스홉킨스 병원 재활의학과 의사 로버트 리(이승복)는 압권이다. 올림픽 체조선수를 꿈꾸던 그는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 장애인이 됐지만 ‘수석 전공의’라는 기적을 일구었다. 그 역시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라는 책으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그리고 축구감독이 찾아왔다>의 여성 철인 사라 라이너첸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이 신명진과 다른 것은 장애인으로 사는 환경이 우리보다 훨씬 낳은 먼 나라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신명진은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 중이다.

물론 스토리의 전개는 단순하다. 의족과 의수로 재활하기,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또래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기, 사춘기 방황으로 죽기로 결심하기, 공무원 시험 준비하기, 드림(꿈) 노트 써보기, 도서관 사서의 꿈 이루기까지가 그렇다. 전개는 단순하더라도 하나하나 과정은 그렇지 않다. 38년 세월을 왼팔 하나로 버텨온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삶의 값진 ‘어록’ 감이다. 저자의 심장과 뼛속에 새겨진 치열함과 근성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안락함을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 불행은 관용이 없다. 그래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불행이 올까 전전긍긍하지 않고, 다시는 불행해지지 않겠다며 비장해지지도 않으니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 이것이 달관이 아니면 무엇이 달관이란 말인가. 수영 선수로 메달을 따고, 백두산과 몽골 체첸궁산에 오르고, 뉴욕 마라톤 풀코스를 9시간 50분 만에 골인했다는 그런 이야기들은 이 책의 충분조건에 불과하다.
낮에는 기능직 공무원으로 밤에는 인천에서 서울 한복판 성균관대까지 그 먼 길, 그 많은 계단을 (실제로) 살점이 깎이도록 오르내리며 주경야독해 도서관 사서의 꿈을 이루는 대목에서는 ‘행운은 눈 먼 소경이 아니다. 그는 부지런한 사람만 쫓아다닌다.’는 금언이 진짜임을 실감한다. 체첸궁산은커녕 한라산도, 뉴욕은커녕 코 앞에 있는 구로 디지털 밸리의 넥타이 마라톤도 못 가본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쪽팔리다. 저자가 장애인이라서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유의하자. 생각 없이 그냥 툭 던지는 말에도 상처는 크더라.

(지금 행복하세요? / 신명진 지음 / 로크미디어 펴냄 / 1만2천8백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축구판에 들어온 아이돌 문화…손흥민·이강인 팬들 자리 찜 논란 식물원 아닙니다…축하 화분으로 가득 찬 국회 "진짜 선 넘었다" 현충일에 욱일기 내건 아파트 공분

    #국내이슈

  • 휴가갔다 실종된 '간헐적 단식' 창시자, 결국 숨진채 발견 100세 된 '디데이' 참전용사, 96살 신부와 결혼…"전쟁 종식을 위하여" '세계 8000명' 희귀병 앓는 셀린디옹 "목에서 경련 시작되지만…"

    #해외이슈

  • [포토] '더위엔 역시 나무 그늘이지' [포토] 6월인데 도로는 벌써 '이글이글' [포토] '시선은 끝까지'

    #포토PICK

  • 경차 모닝도 GT라인 추가…연식변경 출시 기아, 美서 텔루라이드 46만대 리콜…"시트모터 화재 우려"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정치는 우리 역할 아니다" 美·中 사이에 낀 ASML 신임 수장 [뉴스속 용어]고국 온 백제의 미소, ‘금동관음보살 입상’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