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이 교차하는 중에 국감이 시작되면 장차관은 상임위별로 대기하고 하루 일정표 맞추고 그 준비팀은 그 수족이 돼 더욱 바쁘다. 이는 표면에 드러나는 일일 뿐이다. 해당 정부부처는 국회의원실마다 요구하는 국감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한 달 남짓 진행되는 국감을 위해 훨씬 전부터 만사 제쳐놓고 말이다. 많은 경우 산하 기관과 민간 조직에까지 손을 벌려야 한다. 다른 한편 국감이라고 불려나와 하루 종일 대기하고는 한 마디도 못한 기관장들이 부지기수이다. 그 국감 대상으로서야 개인적으로 다행이라 하겠으나, 수행하는 인력과 시간의 낭비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고 부담하는 것인가. 더구나 국가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인해 길바닥에 뿌리는 기름과 시간이 더욱 늘었다. 국감 기간에는 행정 기능 그리고 대부분의 국정 기능이 정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를 세종시로 보내자고 할까.
첫째, 사전기획이다. 국감은 국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기는 하지만 국회의 빈약한 맨파워에 비춰 일정한 정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는 기획을 필요로 한다. 의원들마다 혼자 돋보이고 싶겠지만 정당 내에서 그것도 최소한 같은 상임위 내에서는 정보 공유는 물론 팀플레이가 있어야 같이 빛을 볼 수 있다. 국감 스타도 탄생할 수 있고. 이번 국감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4대강 비리, 방위사업청 비리에 중점을 두고 겸사겸사 MB청산의 물꼬를 텄어야 하는데 아쉽다.
둘째, 실천이다. 질의 내용을 실적이라 내놓는 의원들이 있는데 실현돼야 정치지, 말로만 떠들어 대면 잡담이고 종이에 적어 봐야 낙서에 불과하다. 더구나 내년 4월이면 총선인데 질의 내용을 누가 언제 챙기겠는가. 먼저 국감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전년도 제출 자료와 국감 결과를 갖고 연속성 있게 국정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행정부처를 반복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반면 과장과 허위 없이 실행과 검증이 가능한 답변과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몇 년 누적된 자료를 지켜보면 다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 아니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고 따라서 별도로 지적할 계기를 찾기도 어렵다. 국회 스스로 풀지 않으면 누구도 풀지 못한다. 제20대 총선으로 구성되는 국회는 미리 준비해서 좀 더 성숙하고 만족스러운 국감을 하기 바란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