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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선]국감의 시간, 국감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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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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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끝났다. 국회의원 보좌진이 힘을 쏟는 시간이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보좌진들이 대거 지역구로 내려갔으니 여의도에 남은 사람들, 더욱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의원들 머릿속은 복잡했으리라. 무슨 사춘기 아이들도 아니고 친박이니 친노니 해 가면서 누구랑 친한지가 내년 선거 공천에 중요한 변수가 됐으니 말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을 줄 알고 계속 물러나는 '형님'을 믿어야 하는지, 다른 줄을 대야 하는지, 야당의원들은 더 하리라. 이렇게 약체인 당대표도 드물지만 비문이라고 답이 있나. 신당이야 나오겠지만 모양까지 갖춰질까. 어느새 도랑에 든 소가 된 대구의 김부겸이 마냥 부럽기만 하고….

상념이 교차하는 중에 국감이 시작되면 장차관은 상임위별로 대기하고 하루 일정표 맞추고 그 준비팀은 그 수족이 돼 더욱 바쁘다. 이는 표면에 드러나는 일일 뿐이다. 해당 정부부처는 국회의원실마다 요구하는 국감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한 달 남짓 진행되는 국감을 위해 훨씬 전부터 만사 제쳐놓고 말이다. 많은 경우 산하 기관과 민간 조직에까지 손을 벌려야 한다. 다른 한편 국감이라고 불려나와 하루 종일 대기하고는 한 마디도 못한 기관장들이 부지기수이다. 그 국감 대상으로서야 개인적으로 다행이라 하겠으나, 수행하는 인력과 시간의 낭비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고 부담하는 것인가. 더구나 국가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인해 길바닥에 뿌리는 기름과 시간이 더욱 늘었다. 국감 기간에는 행정 기능 그리고 대부분의 국정 기능이 정지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를 세종시로 보내자고 할까.
이런 국감, 계속해야 할까. 물론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행정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그것도 중앙에 집중된 체제에서는 그나마 이러한 국감이라도 있어야 국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공개도 되고 통제도 된다. 따라서 국감으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그 성과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감을 상시화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여차하면 국정 부담만 상시화되고 효과는 지리멸렬하기 십상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찾아보자.

첫째, 사전기획이다. 국감은 국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기는 하지만 국회의 빈약한 맨파워에 비춰 일정한 정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는 기획을 필요로 한다. 의원들마다 혼자 돋보이고 싶겠지만 정당 내에서 그것도 최소한 같은 상임위 내에서는 정보 공유는 물론 팀플레이가 있어야 같이 빛을 볼 수 있다. 국감 스타도 탄생할 수 있고. 이번 국감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4대강 비리, 방위사업청 비리에 중점을 두고 겸사겸사 MB청산의 물꼬를 텄어야 하는데 아쉽다.

둘째, 실천이다. 질의 내용을 실적이라 내놓는 의원들이 있는데 실현돼야 정치지, 말로만 떠들어 대면 잡담이고 종이에 적어 봐야 낙서에 불과하다. 더구나 내년 4월이면 총선인데 질의 내용을 누가 언제 챙기겠는가. 먼저 국감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전년도 제출 자료와 국감 결과를 갖고 연속성 있게 국정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행정부처를 반복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반면 과장과 허위 없이 실행과 검증이 가능한 답변과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몇 년 누적된 자료를 지켜보면 다 드러난다.
셋째, 4년 차 국감을 당겨서 하자. 올해 국감이 특히 시들한 이유는 이미 4년 차여서 의원들 마음이 지역구에 가 있기 때문이다. 4년 후에도, 그 4년 후에도 4차 국감은 항상 올해와 같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4년 차 국감을 9월에 시작하지 말고 전반기에 해치우되, 그동안 즉 지난 3년간의 지적사항이 얼마나 시정되고 실현됐는지를 점검하는 데에 중점을 두면 어떨까 한다. 4년 임기 동안의 국정 통제를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금 아니면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고 따라서 별도로 지적할 계기를 찾기도 어렵다. 국회 스스로 풀지 않으면 누구도 풀지 못한다. 제20대 총선으로 구성되는 국회는 미리 준비해서 좀 더 성숙하고 만족스러운 국감을 하기 바란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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