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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선]軍 폐쇄성이 방위사업비리의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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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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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합동수사단이 방위사업 비리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1조원대의 비리사업을 적발하고 전ㆍ현직 군 장성 10명을 포함해 47명을 구속기소했다고 한다. 보급품 등의 납품이나 크고 작은 공사에서 벌 어지는 비리도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무기도입이 심각한 문제로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보아도 이례적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ㆍ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1990년대에 사회 각 분야를 조사한 결과 국방은 전 세계적으로 건설이나 공공사업 다음으로 부패한 영역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국방영역의 부패 정도가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체제유지를 명목으로 어둠의 영역에 머물렀던 무기거래에도 질서가 잡힌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비리는 국가재정의 손실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1970년대의 산업구조 변화에서 보듯이, 그리고 세계 전쟁사에서 보듯 한 국가의 기간산업인 중공업의 발달은 군수산업과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군은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조직이어서 평상시에는 문제가 잠복해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도 대포에서는 불발탄이 나가고, 잠수함은 가라앉지를 않고, 도하하던 전차에 물이 새서 탑승자가 익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소총에도 뚫리는 방탄복을 입은 특전사 요원이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투입된다고 생각해보라. K-11 복합소총은 엉뚱한 전자기파에 폭발하여 '아군 살상용'이라고 조롱을 받는데, 그마저 격발이 되면 금이 간단다. 이 정도에 이르면, 총소리가 무서워 도망가는 별짜리(장군)가 있었다는 12ㆍ12 야사만큼이나 어처구니가 없다.
비리수사를 통해 관련자를 처벌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벌백계한다 하여 이러한 부조리도 과연 같이 해결될까. 수사당국이 밝혔듯이 방위사업청의 미흡한 감독 시스템, 예비역 군인들과 유착하기 쉬운 폐쇄적인 군 문화, 기무사 등 비리 예방기관의 기강 해이가 그 원인이라면, 구조적으로 고착된 비리라는 점에서 회의적이다. 다른 영역이야 민주화로 인해 통제의 그물이 촘촘하게 짜이고 있지만 군은 남북대치상황을 이유로 여전히 외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롭다. 무기도입을 둘러싸고 이른바 '군피아'라는 부패사슬 구조가 형성되었지만 그에 대한 감독시스템은 부실하다. 여기다가 야합의 구조는 더욱 촘촘하게 짜이고 있다. 린다 김류의 로비스트가 리베이트를 매개로 암약하는 형태를 벗어나 전직 장성 출신의 무기중개상이 전ㆍ현직의 관계를 통해 형성한 네트워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내부인 한 사람이 어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담당공무원이나 군인이 기밀을 유출하고 업체는 불량으로 납품하고, 이에 더하여 무기운영의 사후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무기구매 역시 그렇지만 군은 전반적으로 그 특수성을 이유로 한 폐쇄적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군은 내부에 대해 행정은 물론 일정한 정도 독자적인 입법과 사법권한까지 갖고 있다. 이른바 '국가 안의 국가'라 할 수 있다. 남북긴장상황에서 안보를 이유로 한 기밀주의가 지배한다. 예산당국의 검토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 그런데 결정권을 갖는 군인들은 사관학교 출신의 선후배 사이다. 이러한 부패의 온상을 그대로 두고 비리를 색출해 봐야 불을 보고 날아드는 부나비만큼이나 막기가 어렵다. 구조적인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군에 관한 의사결정의 요로 곳곳에 민간인이 버티고 있어야 한다. 군의 지휘부와 통제기능 역시 일정한 정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널리 강군으로 인정받는 독일군을 이끄는 국방부 장관은 현재 자녀를 7명 둔 여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에 국방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 연방군이 창설된 이래 동서독 분단의 시기 내내 냉전을 겪으면서도 직업군인 출신의 국방부 장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군대에 대한 통제의 중심에 있는 국방감독관 역시 군 출신이 아니다. 불안할 것 없다. 이제는 군이 의회와 사회의 통제를 받아야 할 때가 된 것일 뿐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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