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비리는 국가재정의 손실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1970년대의 산업구조 변화에서 보듯이, 그리고 세계 전쟁사에서 보듯 한 국가의 기간산업인 중공업의 발달은 군수산업과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 군은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조직이어서 평상시에는 문제가 잠복해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도 대포에서는 불발탄이 나가고, 잠수함은 가라앉지를 않고, 도하하던 전차에 물이 새서 탑승자가 익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소총에도 뚫리는 방탄복을 입은 특전사 요원이 낙하산을 타고 적진에 투입된다고 생각해보라. K-11 복합소총은 엉뚱한 전자기파에 폭발하여 '아군 살상용'이라고 조롱을 받는데, 그마저 격발이 되면 금이 간단다. 이 정도에 이르면, 총소리가 무서워 도망가는 별짜리(장군)가 있었다는 12ㆍ12 야사만큼이나 어처구니가 없다.
무기구매 역시 그렇지만 군은 전반적으로 그 특수성을 이유로 한 폐쇄적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군은 내부에 대해 행정은 물론 일정한 정도 독자적인 입법과 사법권한까지 갖고 있다. 이른바 '국가 안의 국가'라 할 수 있다. 남북긴장상황에서 안보를 이유로 한 기밀주의가 지배한다. 예산당국의 검토도 제대로 거치지 않는다. 그런데 결정권을 갖는 군인들은 사관학교 출신의 선후배 사이다. 이러한 부패의 온상을 그대로 두고 비리를 색출해 봐야 불을 보고 날아드는 부나비만큼이나 막기가 어렵다. 구조적인 문제는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먼저 군에 관한 의사결정의 요로 곳곳에 민간인이 버티고 있어야 한다. 군의 지휘부와 통제기능 역시 일정한 정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널리 강군으로 인정받는 독일군을 이끄는 국방부 장관은 현재 자녀를 7명 둔 여성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에 국방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 연방군이 창설된 이래 동서독 분단의 시기 내내 냉전을 겪으면서도 직업군인 출신의 국방부 장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군대에 대한 통제의 중심에 있는 국방감독관 역시 군 출신이 아니다. 불안할 것 없다. 이제는 군이 의회와 사회의 통제를 받아야 할 때가 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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