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를 둘러싼 최근 상황은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어온 최고경영자(CEO)가 레임덕을 맞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레임덕에 빠진 리더에게 '이때다 싶어 '달려드는 구성원들의 비정한 면모도 엿보인다.
레임덕은 퇴진을 앞둔 리더는 누구나 겪는 빤한 현상이지만 주 대표의 레임덕은 조금 더 소란스럽다. 당장 내정자가 정해졌다는 점에서 주 대표와 같은 처지에 놓은 현대증권 윤경은 대표의 경우 조용히 남은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한화투자증권만 레임덕을 앞둔 대표와 임직원 간 내홍이 이렇게 격렬한 것일까. 그간 주 대표가 보여준 독단적인 행태가 이를 부채질했다는 여론이 많다. 주 대표는 '페이스북에는 본인이 추진 중이거나 구상 중인 제도에 대해 그렇게나 꼼꼼히 설명해 놓으면서 임직원에게는 제대로 된 설명이나 소통 노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직이 내홍에 휩싸이든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행보는 조직에 부담이다. 반대에 익숙지 않은 건지 반대 의사는 찍어 누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는지 피켓시위, 항의 방문 등을 주도한 임원에게는 자택 대기 발령을 통보하면서 갈등을 진화하기는커녕 더 키우고 있다. 그래놓고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혁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흘러 고객이 판단하는 것이지 사장의 연임 여부로 예단할 일이 아닙니다"라고 썼다. 주 대표 말처럼 개혁의 성공 여부는 고객이 판단하겠지만 그 개혁을 함께 이끄는 건 한화투자증권 임직원들이다.
퇴진을 앞둔 리더라도 해서 무조건 납작 엎드려야 하는 건 아니다. 후대의 평가가 두려워 추진 중인 개혁을 슬며시 거두는 건 오히려 비겁한 일이다. 하지만 이유 있는 반대에 대해 대화로 풀어나가기 보다 권위로 누르면서 내부 갈등을 키우는 것도 조직에 '유해무익(有害無益)' 한 일이다.
레임덕은 리더라면 누구나 겪는다. 중요한 건 레임덕 기간 동안 어떻게 조직을 꾸려나가느냐다. 그가 잔다르크로 불릴 지, 독단적인 리더로 기억될 지는 6개월의 행보에 달렸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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