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이용시설 추정…내년 10월께 전면 개방 추진
[아시아경제 유제훈, 원다라 기자] 197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 여의도 소재 비밀 지하벙커가 오는 10일 시민에 개방된다.
벙커는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와 서울국제금융센터 빌딩 사이(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 지하 7~8m 지점에 위치해 있다. 넓이는 약 793㎡(240평) 규모. 지난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건립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으나 조성주체나 목적, 시점 등에 관한 기록은 아직껏 발견된 바 없었다.
특히 판독 결과 벙커가 자리한 곳은 1977년 10월1일 국군의 날 사열식 때 단상이 있던 자리였다. 이는 여의도 지하벙커가 사열식 당시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지어진 비밀시설일 가능성을 추측케 한다.
당시 군부대 관련 정보에 밝은 한 인사는 "당시 5ㆍ16 광장(현 여의도광장)에서는 4년에 한 번씩 국군의 날 행사를 열었는데, 북한의 도발이나 폭격을 우려해 극비로 밤마다 지하벙커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곡절 끝에 만들어진 벙커는 이후 관련자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잊혀졌던 것으로 보인다.
오른편에는 경호원 등 수행인력들이 머물렀을 것으로 보이는 큰 방(약 595㎡)이 있다. 기계실과 화장실, 2개의 굳게 닫힌 철제 출입문이 갖춰져 있다. 이 공간에는 벙커 발견 당시의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시는 이 지하벙커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현장조사, 안전점검, 안전조치 등을 실시했다. 지하공간은 30㎝ 정도 침수돼 있었지만 진단 결과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C등급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시는 배수펌프와 환기시설 설치 등 기본적 안전조치를 취하고 석면자재 740㎡를 완전 철거했다.
시는 1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시범 개방, 사전 예약을 통해 주말 동안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시는 시민 아이디어를 받아 벙커 활용계획을 마련, 내년 10월에는 전면 시민에 개방할 계획이다.
김준기 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있는 공간이지만 장기간 사용되지 않고 잊힌 공간이기도 하다"며 "역사적 특성을 보존하면서도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시민 공간으로 조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