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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오영태 이사장 "교육·단속·시설, 삼박자 맞아야 사망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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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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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터뷰
우리나라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 OECD 두배 넘어
지방도로 제한속도 더 낮춰야
사고 줄이기 경찰청·지자체 등 함께 노력해야


[아시아경제 대담=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 정리=김민진 기자] 지난 19일 서울 양재동 교통안전공단 스마트워크 사무실을 찾았을 때 마침 '교통사고예방 태스크포스(TF) 회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61·사진)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매주 TF회의를 열었다. 올 들어 매월 한 차례로 바뀐 회의는 다시 이날부터 '주간 체제'로 바뀌었다. 이 회의에는 오 이사장은 물론 본사에서 교통사고 예방사업을 추진하는 실ㆍ처장과 담당자, 지역본부장, 지사장 등이 전국 각지에서 모인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 교통사고예방을 위한 아이디어를 교환한다. 각 지사나 담당 지역에서 효과를 본 예방 대책을 소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10년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6376명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활동이 효과를 본 덕인지 2012년 5392명이던 사망자는 2013년 5092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1978년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4000명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4762명. 최근 3년간 해마다 300명 이상씩 새생명이 탄생한 것과 같다.
자동차 등록 대수나 도로 총연장이 매년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공사 등을 비롯해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노력해 얻은 결과물이다.

사망자는 감소세지만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31위로 최하위권이다. 연간 사망자 수가 많이 줄어 4000명대에 진입했다지만 그래도 하루 13명꼴로 차와 관련된 사고로 길 위에서 죽는다.

오 이사장은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가 OECD 평균은 1.1명이지만 우리는 2배가 넘는 2.4명"이라며 "2000명 수준까지는 줄어야 OECD 평균이 되는데 일단 올해는 4500명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루 아침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교통안전 수준은 운전자의 의식과 같은 문화적 요인,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교통시설, 그리고 법률과 같은 사회규범 등이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드러난다. 교육ㆍ홍보, 시설개선, 단속 등 삼위일체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번 습관이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나쁜 운전방법도 몸에 익으면 고치기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교통안전을 습관화해서 안전의식이 강해지면 부주의나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는 물론 시설 투자와 제재ㆍ단속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교통안전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정규교육에 편성하고, 이걸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교육시켜야 한다. 체험교육을 늘려서 직접 위험상황을 느끼고 대처방법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령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 강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공단의 의지와 노력만 갖고 되겠나.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은 한 기관이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여러 기관이 협업해야 한다. 국토부나 우리 같은 준정부기관은 물론 경찰청, 지자체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운전면허용 교육 외에는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다. 선진국 초등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한다.

차를 중앙에 놓고 학생들이 각자 번호판을 들고 빙 둘러서고, 한 학생이 운전석에 앉아 보이는 번호판을 말하는 교육이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시야나 룸미러, 사이드미러를 통해 어떤 번호판이 보이고 어떤 게 안 보이는지 체험하며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이런 독일식 교통안전교육이 필요하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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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환경이나 시설 문제는 없나.

▲고속도로는 시설 측면에서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 사망 사고 많은 게 지방도로다. 안전시설이 미비한 곳이 많다. 농촌지역 도로 중엔 보도가 없거나 제대로 분리가 안 된 곳이 많다. 사이드미러에 부딪혀 사람이 죽기도 한다. 야간에는 까만 옷을 입고 길을 건너는 것만 해도 위험하다. 그래서 공단에선 고령자 많은 동네에 야간용 지팡이를 나눠 주기도 했다.

좋은 시설이란 게 사고를 줄여 주거나 사고가 나더라도 부상을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스웨덴이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0)를 목표로 비전제로를 선포했는데 핵심은 운전자의 실수까지도 생명을 앗아가는 교통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동차와 도로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다. 교통시설 개선은 교육이나 단속의 한계를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제한속도도 낮춰야 한다. 지방도로 제한속도가 시속 70~80㎞인 곳이 많다. 보도와 차도도 제대로 분리 안 된 도로에서 그 정도를 제한속도로 해놓으면 실제로 90~100㎞까지 밟는다.

단속은 더 하는 게 필요하다. 위반하면 단속당한다는 개념이 머릿속에 박혀야 한다. 우리나라 안전띠 미착용 범칙금은 오랫동안 3만원에 머물러 있지만 해외엔 20만원인 나라도 있다. 경상에 그칠 것도 안전띠 안 매서 사망으로 갈 수 있다. 독일은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이 90%가 넘는다. 사망자 적은 나라는 다 이유가 있다.

-차량 성능이나 시스템도 많이 좋아졌다.

▲운전자의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체 제어시스템이나 앞 차량과 일정 수준 이하로 거리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감속하거나 차선을 유지시켜 주는 시스템 등 개발은 다 돼 있다.

미국은 상업용 차량에 이런 시스템 탑재를 법제화하려 하고 있고 우리도 검토하고 있다. 오랜 시험을 거쳐 2020년 이후부터는 자율주행자동차도 어느 정도 보편화될 것이고, 이런 장치가 들어가면 교통사고도 급감할 거다.

오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3E'를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3E란 교육(Education)과 단속(Enforcement), 시설(Engineering)에서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제 곧 휴가철이다. 오는 7~8월에는 장거리 여행이 늘어 평소보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지난해 상반기 월평균 1만761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7~8월 월평균은 이보다 11.4%나 많은 1만9626건의 사고가 났다. 여름철엔 특히 빗길 사고가 많다. 빗길 사고는 치사율도 높다. 이 기간엔 렌터카 사고도 평소보다 16% 늘었고, 사망자도 12% 증가했다.

휴가철을 앞두고 공단에는 비상이 걸렸다. 목표대로 하자면 올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작년보다 200명 이상 줄여야 하는데 상반기 동안 30명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고, 한 기관에서 해 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공단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른 이유를 댈 수는 없다"는 게 오 이사장의 말이다.

그렇다 해도 부족한 예산이나 적자 구조는 고민거리다. 내년 하반기 문을 열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 짓고 있는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 추가 예산 100억원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공단의 설립목적과 경영실적을 내야 하는 기업논리가 충돌할 때도 있다.

오 이사장은 모든 임직원을 대표해 한마디만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오 이사장은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는 커지고 그에 대한 투자도 늘어 공단이 할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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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태 이사장은…

오 이사장에게는 늘 '교통안전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토목공학, 도시계획학, 교통공학 등 관련 분야를 공부하면서 전문성을 쌓았고,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교통안전연구실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10월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21년 동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대한교통학회 회장, 국가교통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하며 주요 국가교통정책의 수립과 시행에도 참여했다.

취임 후 오 이사장이 밝힌 비전은 '사람중심 글로벌 교통안전 전문기관'이다. 2020년까지 자동차사고 1만대당 사망자 수를 OECD 평균인 1.2명까지 줄이고, 첨단 교통안전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현재 7%에 불과한 미래성장사업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1955년생 ▲부산고등학교 ▲한양대 토목공학 ▲서울대 도시계획학 석사 ▲美 폴리테크닉대 교통공학 석ㆍ박사 ▲한국교통연구원 실장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교통ITS대학원장 ▲대한교통학회장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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