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내놓은 게 행정 신뢰 상실ㆍ타 시도 및 기관과의 분쟁 가능성 등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답은 아니었다. 직접 이해당사자로 날마다 교통요금 인상을 피부로 느끼게 될 시민들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지 않은 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가뜩이나 서민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인데, 왜 굳이 지금 요금 인상을 강행해야 하냐는 의문은 여전했다.
4일 후인 22일 드디어 의문이 풀렸다. 서울 버스 운전기사들의 파업 소식이 들린 것이다. 서울 버스 운전기사들로 구성된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산하 서울시버스노조가 임금 7.3% 인상을 요구하며 오는 25일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나섰다. 물론 버스 운전기사들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협약을 맺어 임금협상과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두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고 하던가. 시민 입장에선 150~450원씩 더 내는 요금이 결국 시가 내세운 안전ㆍ편리한 서비스 제공에 쓰이는 게 아니라 버스 운전 기사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노조의 요구대로 임금을 올려 주게 되면 시가 이번 요금 인상을 하면서 2018년까지 운전직 인건비 483억원을 절약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십년째 시 공무원들의 묵인 하에 버스 노ㆍ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벌어진 덕분이었다. 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을 올려 줄 필요가 있다면 진즉에 털어 놓고 시민들과 상의했어야 한다. 그게 소통 행정이다. 앞으로 박원순 시장의 시정 스타일에 '뒤통수 행정'이라는 별명이 붙지 않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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