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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빚 갚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정책 철학 이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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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정부가 지난 27일 '공공기관 기능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자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6월초순까지 해당 공공기관들은 세부추진 계획을 만들어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른바 `셀프구조조정`이다. 제 살의 어디를 덜어내야 할지 2주 남짓한 기간 동안 보고를 마쳐야 할 상황이니 각 기관 종사자들은 속이 타들어갈 것이다.
그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기능조정에 대해 건설업계에서 던지는 몇 마디가 까칠하다.

LH는 최근 몇년간은 빚갚는데 사세를 집중해왔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LH는 오는 2017년까지 사업시기 조정과 사업방식 다각화, 자산매각, 총력판매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4년간 총 49조4000억원의 부채감축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줄이는 것이 부채감축의 핵심이다. 향후 4년간 건설임대 3만2000세대, 매입임대 2만세대, 전세임대 1만2000세대 등 총 6만4000세대의 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축소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소형 임대주택 공급은 계속하되 중대형 주택공급 중단, 그나마 돈이 되는 토지조성도 중단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LH 입장에서는 "빚은 그냥 가져가고, 민간에게 돈 되는 사업도 넘겨주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는 부채를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다"면서 "기능조정을 하면서 LH의 입장이 반영될 리는 없겠지만 국토부와의 조율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업계의 시각은 정확했다. 내편이 될 줄 알았던 국토부는 LH를 철저히 외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기획재정부가 관할한다. 이번 기능조정도 기재부와 개별 기관이 직접 조율했다"며 "원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토부에 권한이 없다"고 자조했다. 그나마 "필요하다면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큰병을 주고, 감기약을 안기는 분위기다.

토지조성을 못하는 LH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나마 LH가 공급하는 토지가 양질이고 저렴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원로는 "지금 가용 토지가 부족한데 2017년 이후 개발을 못하게 한 것은 미래 주택난을 부르는 요인"이라며 "토지조성에는 적어도 3~4년이 필요한데 앞으로 주택시장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정책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걱정했다.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했더라도 관계부처와 협의가 배제된 공공기관 기능조정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동급생들을 제쳐두고 초등학생의 일진 노릇하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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