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해외 채권 시장 투매 분위기가 아시아 채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아시아 기업들 대부분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시장보다는 금융권 대출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대출 대신 채권 발행을 선택한 아시아 기업들의 비중은 지난 2009년 최고치에 이르렀다.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아시아 채권 시장은 3배 이상 늘어난 1조4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4073억달러를 기록한 기업대출 시장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올해 들어서 아시아에서 발행된 채권 규모는 대출액의 3배가 넘는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첫 발행자들도 급증했다. 지난 5년간 처음으로 채권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조달한 자금은 1340억달러를 기록중이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레노보는 지난해 처음으로 15억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IMF는 "해외 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것은 일부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신흥국 정부 및 기업들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의존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그만큼 아시아 채권 시장이 받을 충격이 더 크다는 우려다.
해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서방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아시아 채권은 좋은 투자처였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 채권의 디폴트율은 0.9%로 글로벌 평균 2.7%를 크게 밑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은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이제 아시아 채권 매수를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나스는 최근 10년 만기 채권 50억달러 어치를 3.5%의 표면금리로 발행했다. 이 회사의 기존 10년물 채권 금리 2.62%를 웃도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채권 발행에 나섰다 실패한 인도 대형 통신사 릴라이언스 커뮤니케이션스는 더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정크등급 채권 3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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