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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같은 구단주, 권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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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여자 프로배구 우승 기념행사…팀 식사담당 아주머니까지 챙겨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여성 특유의 세심한 배려가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2013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IBK기업은행 여자 프로배구단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우승 기념행사를 했다. 임직원의 환대 속에 구단주인 권선주 행장(59)에게 우승컵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권 행장은 격려사를 전하면서 선수단 열일곱 명과 감독, 코치, 전력분석관, 트레이너, 통역사 등 코칭스태프 일곱 명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다. 배구단의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와 선수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아주머니 두 명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정철 감독(55)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주축 선수와 감독을 중심으로 격려를 받은 적은 있지만 경기에 뛰지 못한 막내 선수들과 지원스태프의 이름까지 챙기는 꼼꼼함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권 행장은 2013년 12월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되면서 배구단의 수장이 됐다. 축구와 야구, 농구를 통틀어 국내 프로스포츠 첫 여성 구단주로 이름을 올렸다. 1978년 기업은행에서 행원으로 출발해 지역본부장, 부행장, 행장까지 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 그의 이력은 스포츠 분야까지 발자취를 넓혔다. 권 행장의 배구에 대한 관심은 갑작스럽지 않다. 2011년 팀을 창단했을 때 부행장으로 일하면서 주요 경기가 열릴 때면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했다. 온화한 성품으로 행원들을 아우르는 그의 리더십은 구단주가 돼서도 변함없었다. 훈련장과 경기장을 자주 찾지 못했지만 시즌 동안 아침마다 배구단 동향을 점검하는 일과를 거르지 않았고,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작은 선물로 선수단을 격려했다.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을 때는 선수단 숙소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보내면서 축하인사와 선전을 당부하는 메모를 손수 썼다. 이 감독은 "명절에는 떡을 보내거나 격려 인사를 잊지 않는다"면서도 "평소에는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훈련에 방해가 될까봐 약속 시간을 정해놓고 전화를 한다. 격식 없이 팀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여자 선수들의 장래 문제에도 관심을 쏟는다. 대학 진학을 위한 학비지원을 한다. 훈련과 운동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선수 한 명에게 학기당 150만 원 안팎을 지원하며 훈련 이후 시간을 활용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남지연(32), 김희진(24), 유희옥(26), 이소진(28), 채선아(23), 박정아(22) 등 주축 선수 여섯 명이 이 혜택으로 국제사이버대학교에 등록했다.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배구단을 챙기는 이면에는 승부사 기질도 있다. 선수들이 혹독하게 훈련한다는 소식에 흐뭇해하면서 이 감독에게 "팀이 열심히 노력한 결실을 맺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와 선수들을 신뢰한다. 팀 구성원들이 힘을 내서 훈련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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