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 욕구, 남성의 여성화 등이 '자기 집 꾸미기' 인기 원인"
청년층을 중심으로 '내 자취방(집) 꾸미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통상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실내 인테리어가 20~30대 남성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의 자기만족에 대한 욕구, 남성의 여성화 바람 등이 이같은 현상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의 공통점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실내 인테리어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전문 시공업체에 도배, 장판 등을 맡기고 가구·소품 정도만 단장하던 기존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은 DIY(Do It Yourself·가정용품의 제작·수리·장식을 직접하는 행위)로 실내 단장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6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2월 실내인테리어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12~48%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방의 외벽·바닥을 꾸밀 수 있는 페인트·바닥재는 전년대비 각각 12% 상승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 분위기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조명기구와 장식용 소품의 판매량은 각각 34%, 48%까지 늘어났다.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실내 인테리어'에 20~30대 젊은 남성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도 주목 할 만한 점이다. 직장인 김모(28)씨 역시 이같은 '내 방 꾸미기'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남성 중 하나다. 김씨는 지난해 말 50만원 가량을 들여 자취방 인테리어에 나섰다. 집 주인의 반대로 벽지나 바닥재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대신 이케아 등 쇼핑몰에서 저렴한 값게 구입한 조명과 아기자기한 소품들, 안락의자와 같은 가구들로 집 분위기를 바꿨다.
김씨는 "한 주 내내 직장에서 시달리다가 삭막한 집 안으로 들어오면 쉬는 느낌이라기 보다 잠시 몸을 뉘이고 가는 느낌이 강했다"며 "짧은 주말이라도 안락하게 꾸며진 집에서 책을 읽어나 영화를 보면 '잘 쉬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자기하게 집 안을 꾸며놓는 것 역시 또 다른 재미"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배경에 자기만의 공간에 대한 청년층의 욕구, 남성의 여성화 바람이 있다고 설명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의 실내인테리어는 '색조화장'처럼 여성적인 모습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젊은 남성들이 몸 단장에 이어 집 꾸미기에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이들의 취향이 여성화(feminization)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최근 청년층은 경제적 환 경이 윤택해지며 어린시절부터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세대는 소유에 집착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나만의 공간 꾸미기'를 통해 자기만족의 욕구를 채워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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