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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보기·발빼기·뒤엎기…山으로 가는 증세·복지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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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2월 8일 당 전당대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2월 8일 당 전당대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연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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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새누리당발(發) 증세·복지논의가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 현실에 맞는 복지수준을 정하고 이에 따른 재정과 세제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만 정치권의 여론 살피기용 간보기와 책임 떠넘기기, 정부의 복지부동(伏地不動) 행태로 나타나면서 정작 납세자인 국민과 기업을 혼란에 빠드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여야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면서 세금과 복지 공론화의 불씨를 지폈지만 지난주 지지계층의 조세저항과 반발을 의식한 듯 '선(先) 복지 축소·최후(最後) 증세'로 정책방향의 가닥을 잡았다.
◆간보는 與, 증세 대신 복지축소= 새누리당은 복지 축소만으로도 재정절감 효과를 거둔다는 근거도 내놨다. 기재부 등 관계부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감사원,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개혁안(연간 3조5000억원), 지방교육재정(4조2000억원), 건강보험·국민연금체납(2조5000억원), 국고보조금(1조원), 무상급식(8000억원), 각종 복지사업 예산집행(2000억원), 감사원 감사(3000억원) 등 7가지 주요 복지사업의 구조조정만으로도 연간 12조원 넘는 재정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1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 지난해 세수 결손액을 메우고도 남는 규모로, 이런 구조조정이 선행되고 나서 불가피한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는 게 당의 대체적인 기류다.

◆발 빼는 政, 崔 부총리 "문제제기한 국회가 합의 이뤄야"= 정부는 발을 빼는 모습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법인세와 소득세 등 증세는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5일 국회 기재위 현안 보고에서는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있으면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일에는 "국회에서 국민 공감대형성을 위해 나서주시면 정부도 나름대로 고민을 해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무언가를 숙고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2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무언가를 숙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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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 부총리는 전날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출국하는 자리에서 정치권에서 먼저 문제제기를 한 만큼 정치권에서 컨센서스(합의)를 이뤄야 하며 컨센서스가 없이 정부에서 안을 내놓아야 봐야 현실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증세·복지논의에서 기재부는 관망하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판 뒤엎는 野, 文,"부자감세 철회 복지확대"= 연말정산 파동으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증세 없는 복지' 문제를 들고 나온 반면에 야당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부자 감세'탓으로 돌리며 전 방위 증세를 통한 복지확대 카드로 맞불을 놨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최고위에서 "증세 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면서 "꼼수에 맞서 서민 지갑을 지키고, 복지 줄이기를 반드시 막겠다"면서 "복지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까지 늘려가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등 부자감세 철회를 뚫고 나갈 것"이라며 "공정한 조세 체계를 다시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앞서 전날 취임해서는 "지금 대기업에 베풀어주고 있는 법인세 특혜를 바로잡아 법인세를 정상화하고 또 고소득자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에 법인세율을 과표 500억원 이상 구간에 대해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소득세와 관련해서는 민병두 의원이 소득세 과표구간 1억5000만∼5억원 40%, 5억원 초과 45% 부과안을 주장하고, 최재성 의원은 3억원 초과 42% 세율 부과안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건전한 공론의 장 대신 정치적 공방 난무 우려= 이에 따라 정부의 관망세 속에서 여당이 증세 없는 복지 축소를 주장하고, 야당이 대규모 증세와 복지 확대로 맞설 경우 오히려 건전한 공론의 장이 사라지고 국론분열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월 5일 국회 기재위에 출석, 주형환 1차관(오른쪽)과 문창용 세제실장(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월 5일 국회 기재위에 출석, 주형환 1차관(오른쪽)과 문창용 세제실장(가운데)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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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민감한 증세와 복지 축소에 나서지 않고 현재의 문제점을 뒤로 미룬 채 안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 논리대로 경제활성화를 통한 세수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수결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김동원 고려대 초빙교수는 "정부나 정치권이 연말정산 파동을 잠재우기 위해 증세나 복지 개편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문제의 본질은 저성장·고령화라는 구조적이고 시대적인 여건에 대한민국이 직면해있다는 데 있다"면서 "정부는 '공약 가계부 2년 결산'을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국회는 차제에 저성장·고령화시대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재정과 복지의 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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