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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변호사 레드오션…국제금융에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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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 2월 퇴임하는 첫 직선제 대한변호사협회장 위철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첫 직선제 변협회장, '3비(非)' 어려움 정면 돌파
-2019 세계변호사협회 총회 유치 확정적…"변호사 등 1만명 방한, 경제효과 기대"
-필수적 변호사변론주의 추진, 국제 청년변호사 교환도 활성화

"젊은 후배 변호사들이 아침부터 찾아와 눈물까지 흘리면서 재출마를 부탁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직을 가진 사람인데 불출마 발언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위철환 제47대 대한변호사협회장(56·사법연수원 18기)은 지난달 3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48대 대한변협 회장 선거등록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전했다.

실제로 변협회장 후보등록 당일인 지난해 11월28일은 드라마 같은 하루였다. 젊은 변호사들이 이른 아침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협 사무실을 찾아왔다. 전날부터 돌린 변협 회장 재출마 연판장에는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참여했다.

변호사들은 5000만원을 갹출해 후보 등록비용까지 준비했다. '결단'만 하면 바로 후보등록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했다. 그러나 위 회장은 불출마를 천명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자신을 찾은 변호사들을 설득했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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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마음이 아프고 긴 하루였다." 위 회장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수백명의 변호사들이 특정인의 대한변협 회장 출마를 간곡히 호소하는 풍경은 흔한 일이 아니다. 2013년 2월25일 사상 첫 직선제 변협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출범한 '위철환 변협 체제'에 대한 법조계 밑바닥 정서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그는 이른바 비주류다. 판사, 검사 등 전관 출신도 아니고 서울지방변호사회 출신도 아니고 서울대 법대 출신도 아니다. 이른바 '3비(非)' 변협회장 등장에 법조계는 술렁였다. 그는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통해 변협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실천했다.

상징적인 부분이 세월호 참사 이후 변협이 보여준 모습이다. 변협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변협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방안을 내놓은 뒤 정치적 편향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위 회장은 그 사건 때문에 보수 성향 원로 변호사들의 항의방문까지 받았다. 하지만 위 회장은 "편향적이라는 시선은 안타깝다"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하라고 한 게 정치적 편향인가"라고 반문했다.

위 회장은 사회적 약자에 시선을 돌리는 것은 법조인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설명했지만, 변협의 모습을 낯설게 바라본 이들도 적지 않다. 변협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다. 사회현안 참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주도했지만, 이번에는 변협이 앞으로 나섰던 것이다.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이한 이른바 '변호사 포화상태'는 그에게도 무엇보다 큰 과제였다. 위 회장은 다양한 해법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그 중 하나가 변호사 업계의 시선을 세계로 돌리는 것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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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회장은 금융산업의 국제화를 모색하는 금융선진화방안 추진에 힘을 쏟았다. 위 회장은 "국제 금융산업은 금융인들만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관련 법률 컨설팅 등 실무는 법률가들이 한다"면서 "아시아만 해도 홍콩, 싱가폴, 중국 상하이까지 금융규제 완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우리는 너무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민사사건의 '필수적 변호사 변론주의'도 위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이다. 민사소송은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대법원 사건 등 단계적으로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위 회장은 "국민의 사법신뢰도 향상, 청년변호사의 사회적 낭비 방지, 판사의 효율적 재판 진행 등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필수적인 변호사 선임에 필요한 재원 마련 문제와 대한법무사협회 등 유사 직역의 반발 등은 넘어야 할 과제다.

2017년 폐지될 사법고시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위 회장은 현행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는 도입 취지가 흔들린 지 오래됐다고 비판했다.

"선발할 때 면접 비중이 너무 크다. 공정성 투명성이 부족하다. 옛날에는 나이나 출신 대학과 무관하게 시험에 합격하면 됐는데, 지금은 스펙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위 회장은 "졸업하고서도 좋은 로스쿨 출신이 아니면 변호사가 돼도 취업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위 회장은 '사시존치론자'다. 사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위 회장은 "한 해 200~300명 정도는 사시를 통해 법조인을 선발해야 한다. 당분간 로스쿨과 사시를 병행하다가 나중에 국민이 보고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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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은 지금도 합격률 저하라는 현실에 고민하고 있다. 사시 몫으로 법조인이 배정되면 로스쿨 출신 배정인원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시존치는 로스쿨 존폐와 맞물린 사안이라서 민감한 사안이다.

위 회장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합격인원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선거만 한 번 하면 로스쿨을 추가로 유치하고 정원도 늘리려는 공약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로스쿨 제도는 시간이 갈수록 문제점을 낳게 될 것이란 얘기다.

위 회장은 임기 2년 동안 역동적으로 공약사업 실천에 나섰다. 성과도 있었고 미진한 것도 있었고 아직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있었다. 그는 2019년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를 서울에서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이제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위 회장은 "IBA 총회 유치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체육행사를 빼면 단군 이래 최대 콘퍼런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 각국 변호사 6000여명과 가족 등 모두 1만명이 서울을 찾는다면 경제적 효과도 엄청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 측에서 IBA 총회 얘기를 전해 듣고 행사 유치 문의를 하는 등 국내 관련업계의 관심도 지대한 상황이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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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회장은 최근 법조계 안팎의 모습을 보며 걱정이 많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사건 등 주요 사건을 놓고 대립과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그는 "바른 생각이 무엇인가 보다 누가 내 편인지를 보고 비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양쪽 생각이 두 바퀴처럼 가야 건전한 발전이 있다"고 말했다.

위 회장은 한국사회가 전환기에 있다면서 이런 때일수록 국민이 서로 합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어려운 시절에 경제와 민주화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이룬 모범적 국가라는 세계적인 평가가 있다"면서 "저력이 있기에 갈등을 발전의 동력으로 잘 승화시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2단계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사회 발전을 위한 변호사단체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위 회장도 사람인데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자신의 공약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이미 변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택한 그에게 남은 기간은 이제 두 달도 채 되지 않는다. 그때까지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각계 인사와의 만남을 통해 변호사 업계 현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다.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다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위 회장은 퇴임 이후 활동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본업이 변호사니 사무실이 있는 수원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변호사 5명 정도 있는 작은 법무법인인데 그곳에서 다시 평범한 변호사로 살아갈 생각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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