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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상처(喪妻)에 관하여(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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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몰려오자, 이렇게 귀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나게 해주는 마누라가 고맙다고 웃었던 사람,
그의 지갑 속에 든 스물 몇 아내의 사진을 보았다.
지나간 시간과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사람이었다.
상처할 때야 상처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치유이지만
때론 잊어가는 것,
사랑은, 바로 그 사랑의 무덤이기도 하다.

남자의 지갑은 묘비이다.
그 밖으로 여자가 따라오지 못한 시간이 있고
상처는 상처보다 빨리 아물고
상처가 갈짓자로 긁는 상처를 따라
귀가하는 늙은 어깨에 싸구려 紅燈이 잠깐 비치다 마는 걸
나는 본 적이 있다.
喪妻라는 말이 傷處라는 말과 소릿값이 같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상처를 하다라는 말은 낯설면서도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상처는 상처이기 때문에
살짝 닿기만 해도 아프고 오랫 동안 아프고 가렵고 그렇다.
관련된 무엇이 있기만 해도 욱씬거리는 게 상처이다.
상처를 한 사람을 보았다.
식당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었는데
계란요리를 하는 법에 대해 주인에게 묻고 있었다.
이제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뭔가 한 가지는 할 줄 알아야 하는데, 하면서
그는 쓸쓸히 웃었다. 수작이라도 붙이는 듯,
소주를 기울이며,
어제 상처를 했어요, 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무심히 대답했다.


'낱말의 습격' 처음부터 다시보기

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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