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의 뜨거운 중심에 있었던 나이에 이별을 선택한 그에게, 더 늙어진 우리가 철학적으로 기댈 언덕을 찾으려는 심산은 아니다. 그가 생각했던 가벼움이란 무엇인가를 문득 물어보는 것 뿐이다.
담백하고 깔끔하게 이승의 삶이 무의미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우리를 괜히 결리게 하고 켕기게 하고 또 불안하게도 한다.
이렇게 선언하면 더 참혹한가. 우리의 생은 살아있는 개미 한 마리가 부지런히 가다가 코끼리에 밟혀죽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 기억되지도 않으며 기억할 가치도 없으며 그것은 많은 기억되지 않는 것들 사이에 파묻혀 스스로 완전한 무덤이 된다는 것.
가볍게 산다는 것이, 그 자유의 의미가 무책임을 의미한다고 김광석은 생각했을까. 그랬다면 그도 어렸던 셈이다. 전깃줄에 발이 묶인 새 한 마리가 날아가려고 뱅뱅 돌다 결국 자기의 발목까지 줄이 좁혀지는 바람에 꼼짝 못하고 죽는 이미지를, 그는 가벼운 삶의 진실 혹은 정체로 파악한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생에서 읽어내고 가야할 진상은, 저 엄혹한 가벼움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너무 사치스러운가. 부박한가.
나는 무거움과 가벼움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가벼움을 택하겠다. 먼지처럼 흩어지는, 무의미에 가까워지는 저 소멸 혹은 소실에서 생의 간절한 빛과 기억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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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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