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력도 떨어뜨려 폭력적 성향도
기억장애 반복되면 뇌검사 받아야
#직장생활 9년차인 이모씨(34)는 최근 술을 마시면 자주 '필름'이 끊긴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면 전날 밤 기억이 없다. '2차'까지 갔던 것까진 기억이 난다. 하지만 2차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어떻게 집에 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에도 과음한 다음 날 기억이 드문드문 끊기긴 했지만 지금처럼 통째로 기억이 사라진 적은 없었다. 게다가 요즘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틀 전 들은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는데 누구에게 들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기도 한다. 이씨는 "술을 먹을 때마다 아침에 무사히 내 침대에서 일어난 것만으로 감사할 지경"이라며 "직업 특성상 술자리를 피하는 것도 어려운데 자꾸 필름이 끊겨 걱정"이라고 말했다.
◇알코올성 치매, 소뇌 세포 파괴 = 뇌세포가 줄어들어 기억력에 장애가 생기는 것은 알코올성 치매나 노인성 치매 모두 비슷하다. 하지만 알코올성 치매는 술의 알코올로 인해 뇌세포가 없어지는 것으로 주로 젊은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노인성 치매와 달리 소뇌 세포가 집중적으로 줄어든다.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소뇌 세포가 줄면서 술을 먹지 않아도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미끄러운 길이나 차량의 급정거에도 쉽게 넘어진다.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장애다. 이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보통 2∼3일 전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심하면 하루 전 일도 가물가물하다. 일반적인 노인성 치매가 언어 장애나 기억력 감퇴로부터 시작되는 것과 달리 알코올성 치매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충동적이며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인 경향을 보인다.
◇건망증 심하면 알코올성 치매 의심 = 알코올성 치매는 음주량과 비례하지만, 최근에는 폭음을 즐기는 30~40대 장년층의 발생률이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기록을 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30~40대 젊은 치매 환자 수는 약 60% 증가했다. 술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가 주요 원인인 것이다. 최 교수는 "음주를 즐기는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알코올성 치매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증상을 방치할 경우 짧은 기간에 노인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매 초기를 판단할 기준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스스로는 물론 주변에서 인식할 정도로 기억력이 없어졌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한다. 병원에서 뇌사진을 찍어 뇌구조가 바뀌었다면 치매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최 교수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건망증이 심해졌다면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평소 능숙하게 하던 일을 못하거나 실수하는 일이 세 번 이상 반복되고 이전에 실수한 것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라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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