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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다시보기]4-② 보좌관들이 '학'을 떼는 '진상'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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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써는 각도 틀렸다고 '성질' 버럭의원
밥 먹다 발 만지작거리는 버릇 추잡의원
의원실 제 집 거실인 양 부인常住 꼴불견의원
축하 화분 모조리 챙겨가시네 쪼잔의원


국회의원 배지. 윤동주 기자 doso7@

국회의원 배지.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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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국회, 그곳도 사람이 모인 곳이다 보니 '진상' 국회의원이 없으란 법도 없다. 국회의원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보좌진들은 그만큼 속속들이 의원들의 내막을 알고 있다. 이들의 임면권을 국회의원이 쥐고 있기 때문에 내놓고 말 못할 국회의원들의 횡포나 전횡도 여러 경로로 들렸다. 이들이 털어놓은 의원들의 별의별 뒷이야기를 모아봤다. 올해 6년차에 접어든 한 비서관은 의원들의 별난 행태를 묻는 말에 "하도 많아서"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한 의원은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며 비서관한테 다짜고짜 "새 옷을 사오라"고 지시했단다. 보좌관이 급히 공수해온 옷을 입고 촬영을 무사히 마친 의원은 보좌관에게 "옷을 도로 환불해 오라"고 시켰다. 구겨진 옷을 점원에게 내밀면서 그 보좌관은 민망함에 고개를 내내 숙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19대 때 국회에 입성한 A의원은 보좌관들 사이에서 '의원실을 자기 집 거실인 양 쓰는 의원'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A의원의 부인은 툭하면 의원실에 찾아와 과자를 먹으며 남편과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고 한다. 손님이 수시로 드나드는 의원실에 부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버티고 있으니 이를 본 보좌관들은 "대체 업무는 언제 보나" "한가하게 부인과 노닥거리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나" 등의 뒷말이 무성하다. 아내가 의원실을 '점거'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엔 딸까지 찾아와 아빠와 티타임(?)을 즐긴다는 후문이다.

보좌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희한한 습관을 가진 의원도 있다. 18대 B의원은 밥을 먹을 때 꼭 발을 만지는 습관이 있었다. 이 때문에 B의원은 물론 보좌진들도 의원실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하는 때가 많았다는데 B의원 보좌관은 처음에 B의원이 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밥을 먹는 도중 발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기겁했다고 한다. 더구나 B의원과 함께 밥을 먹어야 하는 날이면 '밥맛이 떨어지는 것을 참고 숟가락질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파 써는 방향이 틀렸다며 일자리를 잃은 보좌관도 있다. 여성의원 C씨는 의원실에서 보좌진이 직접 끓여 온 찌개 등으로 식사를 해결할 때가 있었다. 하루는 식사를 하던 C의원이 찌개에 들어있는 파를 두고서 "파 써는 각도와 방향이 이게 아니다"면서 버럭 화를 내더란다. 그리고는 파를 썬 비서관을 해고시켰다는데 이 이야기는 아직도 보좌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또 하루는 삼계탕을 만들어 오라고 시켜서 만들었더니 '무엇 무엇이 빠졌다'며 트집을 잡는 통에 보좌진들이 무척 난감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의원들이 행했다는 황당한 에피소드는 더 있다. D의원은 출판기념회 때 난 등 화분 선물이 들어오자 친척들에게 나눠준 뒤 퀵서비스로 가져가게 했다고 한다. 8년차 보좌관은 "화분이 들어오면 비서관, 보좌관들에게 가져가라고 나눠주는 경우가 보통인데 D의원의 행태에 '쪼잔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면접 보러온 예비 보좌관의 정신분석을 해준 황당한 의원도 있다. E의원은 보좌진을 뽑는 자리에서 피면접자의 이야기를 몇 마디 듣더니 갑자기 정신분석에 들어갔다. '너 어렸을 때 이랬지' 등 개인적인 질문을 마구잡이로 던진 것. 뜻밖의 질문에 그 피면접자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답변에 응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사람은 당당히 합격해 비서관 자리를 꿰찼다고.

한편 '진상 의원'에게 정면으로 승부(?)한 보좌진도 있었다. 18대 F의원을 수행하며 다리를 건너던 한 수행비서. F의원은 평소 사사건건 잔소리를 퍼부었는데 그날은 차 안에서 정도가 심했단다. 이에 폭발한 수행비서가 다리 위에서 차를 세우고 자동차키를 빼 강에 던진 다음에 '그만둔다'고 선언한 일대 사건이 있었다고. 이 이야기는 수행비서 보좌관들 사이에서 전설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진상 의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보좌진들이 직급을 올려 '방(의원실)'을 옮길 때 예전에 '모시던' 의원들의 한마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일종의 추천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럴 때 '한마디'와 함께 퇴직금까지 챙겨주면서 축하한다고 격려하는 의원도 있단다. G의원이 그 주인공. 인터뷰에 응한 한 비서관은 "지금도 상임위 등에서 마주치면 어깨를 두드리며 '잘하고 있느냐'고 따뜻한 말을 해준다"면서 "보좌진들 세계가 좁다 보니 좋은 인상을 심어준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들 이야기는 우리끼리 공유된다"고 말했다. 현재 19대 국회엔 2000여명의 보좌진들이 밤낮으로 국회의원을 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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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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