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공학자가 최근 '명당-부와 권력의 운명을 풍수과학으로 풀어쓴 이야기'(엔자임하우스 출간)라는 책을 통해 풍수지리학자로 변신했다. 대개 풍수지리는 비논리적이고 관념적인 분야로 여긴다. 그가 공학자로 풍수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다소 의외다.
풍수지리 연구에는 '비시추·비접촉 지질 탐사기'가 유용하게 쓰였다. 이 교수는 10여년간 제자들과 1만8000여건의 묘소에 장비를 동원, 에너지 및 자기장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후손이 번성한 묘소(손절 명당), 후손이 재벌인 묘소(부절 명당), 조선시대 대제학 후손을 둔 묘소(귀절 명당), 재벌기업인의 선대 묘소 등 명당으로 불리는 곳과 후손이 적은 묘소(비명당 묘소)로 나눠서 진행했다. 조사 방식은 물리탐사법이다. 책 내용은 조사 연구 데이터와 부, 귀 등의 상관성을 담고 있다. 따라서 '명당'은 지금까지 나온 풍수관련서적과는 전혀 다른 과학서로 평가된다.
"과학자는 관념적이라고 해서 탐구를 외면할 수는 없다. 동양적 사고에 대한 논리적 성찰이 필요하다. 풍수와 같은 생활지식도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일들은 과학자로서 명예나 학문적 성취욕과는 전혀 다른 행위다. 좀더 실체에 접근하자는 의미에 무게를 두고 싶다."
이 교수가 풍수 연구를 한다고 알려지자 간혹 주변사람들은 심심찮게 명당 좀 잡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절대 사절"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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