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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위기]換亂·금융위기때보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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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997년 외환위기 직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13년 3분기 17개 분야 경제지표 분석

1997년 1월 재계 14위였던 한보철강의 부도는 당시 산업계 도미노 위기를 예고하는 전주곡이었다. 개발경제 시대 익숙해져 온 몸집 불리기, 차입경영이 화근이었다. 외환위기 여파로 국내 은행들이 문을 닫자, 차입비중이 높은 큰 기업들은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기아자동차, 진로, 삼미 등 유수의 기업들도 도미노 현상을 피하지 못하고 부도를 비껴가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후에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은 지속됐고, 1999년에는 대우그룹이 부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후 10여년이 지난 2008년 9월15일.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했다. IMF 외환위기 학습효과도 잠시, 성동조선해양은 급속히 얼어붙은 해운시황과 파생상품 손실 등이 겹쳐 결국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다. 엎친 데 덮친 격, 2010년부터 본격화된 유럽발(發) 재정위기는 미국,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을 이끌어냈지만 글로벌 경기는 여전히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5년여가 지난 현재 국내에서는 또 다른 위기의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산업위기'. 외환위기와 달리 외환보유고도 충분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으로 기업들의 유보율도 낮지 않지만 기업 심리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수준만큼 떨어져있다. STX 그룹, 동양그룹은 지난해 그룹 해체 작업에 돌입했다.

이에 본지는 1997년 외환위기 및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 지난해 3분기(최근) 주요 거시경제지표 및 기업 신용 수준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최근 지표가 두 차례 위기 상황과 닮아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어려운 경영환경 극복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업인들의 심리 또한 당시 두 차례 위기 상황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아울러 각 산업별 위기와 극복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낮아진 경제성장률 전망치, 늘어난 회사채 신용 강등 기업
엔저에 對日 무역환경 불안, STX·동양 등 대기업도 해체
[산업위기]換亂·금융위기때보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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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외환위기·금융위기 직전보다 더 취약해진 국내 거시경제 지표.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한 회사채 신용등급 강등 기업 숫자.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주변국의 경제정책 등. 올해 산업위기를 예상케 하는 대표적 징후(지표)들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고한 대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화해 온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올해부터 축소 기조로 돌아설 경우 국내 산업의 버티기 능력은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금융·주식시장에서 외국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경우 기업들은 유동성리스크를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등 우리나라 경제는 5~6년 간격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이했다"며 "2014년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6년째라는 점에서 올해 우리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쉽사리 떨칠 수 없으며,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위기가 발생할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금융위기 직전보다 악화된 거시경제지표… 저성장·저소비·저고용·저투자=본지가 조사한 'IMF, 금융위기, 현재 주요 경제지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요 17개 분야에 걸친 우리나라 거시경제 수준은 IMF 관리 시절, 금융위기 직전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서비스업의 발전을 기반으로 한 국내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더욱 낮아졌고, 낮은 투자가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져 민간소비는 위축됐다. 침체된 세계경제성장률은 수출 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3.3%)과 민간소비증가율(2.1%)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직전인 1997년 3분기, 2008년 2분기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지표 모두 외환위기 직전 수치(경제성장률 6.6%·민간소비증가율 6.2%)와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미래 잠재성장을 담보하는 설비투자와 국내총투자는 금융위기 직전보다 소극적이다. 지난해 3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이 1.5%에 그친 반면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 설비투자증가율은 2.0%로 집계됐다. 3분기 26.2%에 그친 국내총투자율은 1997년 3분기(35.5%), 2008년 2분기(31.6%)보다 낮았다.

◆금융위기보다 더 많은 기업 신용등급 강등…외환위기 이후 첫 상·하향 기업 수 역전현상=기업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향 기조다. 강등 기업 숫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이미 웃돌았다. 경기한파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STX그룹·동양그룹 등 대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자금시장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회사채 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 등이 발표한 '2013년 회사채 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업'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채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총 36개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32개사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만 총 25개사의 신용등급 강등이 집중됐다. 현대엘리베이터, HMM , 한진해운 , 대한전선 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각각 A, A-, A-, BB+등급에서 A-, BBB+, BBB+, B+ 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현대산업개발, 포스코엔지니어링, HL D&I 등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됐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신용등급 강등 기업에 대기업 그룹사가 대거 포함된 데 우려감을 표시했다. 회사 측은 "STX, 동양그룹 등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그룹 계열사 외에도 현대, 한진, 동부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강등됐다"며 "업황 침체가 장기화된 건설, 조선,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실적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대기업까지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업(30개사)과 하향 조정 기업(36개사) 간 역전 현상도 지난해 하반기 일어났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15년여 만의 일이다. 1998년에는 신용등급 상향 기업이 3개사로 하락 기업(61개)에 크게 못 미쳤다.

◆경쟁국 일본의 부활…대일 무역수지 적자·자금 일본유출=일본 아베노믹스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 외는 없었던 우리 경제의 위협요인이다. 아베노믹스가 견인한 일본경제 회복이 국내 산업위기에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면서 우리 경제는 아베노믹스를 극복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아베노믹스, 일본경제 살리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와 엔화의 실질실효환율 격차는 2012년 12월 22.1포인트에서 지난해 8월 기준 31.8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국내생산이 불리해졌다는 의미다.

대일 수출 부진에 따른 대일 무역수지 적자도 확대됐다. 대일수출은 지난해 2월부터 두 자릿수 감소세가 7개월 연속 지속됐고,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억달러 증가했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주식시장에서 일본자금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7월까지 국내 유입된 일본계 자금은 주식시장에서만 3970억원 정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주요 수출 산업의 대일 수출경쟁력도 부분적으로 약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향후 아베노믹스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단기적으로 '엔저'에,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산업경쟁력 강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경제와 정부정책, 외환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외환시장 불안정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국내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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